[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스터 유로'로 불리는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회의기구인 '유로그룹'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후임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은 융커 의장 후임으로 유로존 양대 축인 독일ㆍ프랑스의 재무장관들이 유력하지만 점차 프랑스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장관에게 무게 추가 기우는 분위기라고 최근 보도했다.
융커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유로그룹 회의 뒤 기자회견을 갖고 조만간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후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융커 의장은 지난 6월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이견으로 마땅한 후임이 나타나지 않아 연임했다. 독일은 자국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강력히 밀었다. 그러나 현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프랑스의 요구에 막혀 좌절되고 말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쇼이블레 장관을 민 것은 내년 9월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에서다. 융커 의장도 쇼이블레 장관 쪽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유는 좀 달랐다. 자기처럼 쇼이블레 장관도 유럽 통합과 유로존의 강력한 지지자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동맹' 추진 과정에서 유럽 은행 단일 감독 기구 가동, 그리스 채무 탕감 같은 현안과 관련해 독일이 다른 나라들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흐름은 바뀌었다. 특히 쇼이블레 장관은 다른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발맞추기보다 자국 정부의 이해관계에 더 충실한 인상을 풍겼다. 게다가 내년 9월 총선에서 독일 정권이 교체될 경우 재무장관도 바뀌게 마련이다. 이것 역시 쇼이블레 장관을 밀기 힘들어진 이유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2015년까지 엘리제궁의 주인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슈피겔은 프랑스가 유로그룹 의장직을 가져가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칙적으로는 다른 나라 재무장관도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문제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일례로 제론 지젤블로임 네덜란드 재무장관의 경우 임기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몇 주밖에 안 됐다.
이론적으로는 각국 재무장관 말고 다른 인물을 앉히는 것도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의 헌법격인 '리스본조약'에 따르면 유로그룹 의장 자격은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 그러나 유로존 부채위기의 심각성으로 볼 때 각국 이해관계에 대해 원만히 조율해온 융커 의장 같은 무게 있는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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