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2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반갑습니다. 강금실입니다." 기조연설을 맡은 강금실 법무법인 원 고문변호사가 연단에 서자 회장을 가득 채운 500여명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기조연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다 알겠지만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위기지만 사실은 문명의 위기다. 기존의 정치사회체제, 경제를 운용해왔던 가치관이 바뀌는 시점이 온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기다."
강 변호사가 밝혀내는 패러다임 전환의 '원동력'은 여성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다른 가치관과 체제를 마련할 수 있는 힘은 여성적 리더십이라는 얘기다. 특히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여성들의 능력을 높이 샀다. "기존에는 리더십을 단순히 지도자의 역할로 생각했다. 그러나 리더십은 사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맺기다."수평적 교감과 연대를 이끌어 낼 여성적 리더십이 '미래의 리더십'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강 변호사는 수평적 네트워크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길쌈'이라는 코드를 가져왔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문명의 창시자 아테나 여신과 아라크네는 길쌈 대결을 벌인다. 수직과 수평으로 실을 짜 나가는 길쌈의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문명이 된다. 공감과 수평의 '그물망'이다. 그는 "공동체의 삶은 아테나와 아라크네가 짜낸 옷감과도 같다"며 "어떤 옷감을 짜낼 것인지 꿈과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물망' 패러다임은 현재 정체된 한국사회의 성장과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키워드다.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확보되지 않았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성별격차는 135개국 중 108위다. 저출산과 자살률 역시 1위다.
강 변호사는 "정치참여도, 기업에서의 임원 승진 등 권력결정구조 속에 여성들이 진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과 노동시장에서의 임금격차, 비정규직화가 문제"라며 "정치권력과 경제구조에서 축적된 격차가 여성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각성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사회의 진출해 활동하고 있으나, 여성의 이름으로 여성의 힘을 키우기 위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더 많은 요구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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