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내년이 걱정이다."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연중 최대실적을 기록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울상이다. 당장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내년 이후 전망이 불투명한 까닭이다. 지금의 좋은 성적이 내년부터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제기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1월 한달간 국내에서 전년 대비 12.6% 증가한 6만1708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최대판매량이자 연중 최대치다. 차종별로는 아반떼가 9932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쏘나타 8997대, 그랜저 7736대 등을 기록했다. 전체 판매는 늘었지만 1만대 클럽에는 두달 연속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판매 증대의 영향으로 판매가 증가했다"며 "신차 효과와 개소세 효과를 동시에 누린 싼타페가 8000대 이상 팔리며 내수 판매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 또한 11월 한달간 국내에서 4만44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3.8%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GM 역시 11월 내수실적이 지난해 쉐보레 브랜드 도입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1만798대) 대비 27.5% 늘어난 실적을 기록하며 23개월래 최대 월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밖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달 초 출시한 뉴SM5플래티넘 효과에 힘입어 내수시장에서 하반기 최대 수준인 5184대를 판매했고 쌍용자동차도 3개월 연속 4000대 이상의 판매 상승세를 유지하며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3%, 49.1% 증가한 4404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표정은 좋지 않다. 올 하반기 정부가 추진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이달로 막을 내릴 뿐더러, 2013년 내수 시장규모는 올해보다 1만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동차 업계에 내수경계령이 떨어진 셈이다.
여기다 자동차 교체기간이 짧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 후에 내년 이후 수요를 잡아먹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내년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만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내년 국내 자동차 수요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140만대 안팎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점유율 10%대를 넘어선 수입차들의 공세도 국내 완성차 업계에게는 큰 위협이다. 특히 프리미엄 대형 세단과 하이브리드 등의 경우 수입차들에 확연히 밀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의 에쿠스, 제네시스는 지난달 판매량이 전월대비 각각 28%, 21% 줄어든 390대, 1088대에 그쳤다. 에쿠스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대기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연초 대비 59% 급감했다. 기아차가 야심차게 선보인 K9 또한 당초 판매목표 2000대에 훨 못미치는 405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들의 자신감이 매우 커졌다"며 "내년 판매목표를 상향 조정하며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세우고 있어, 내수를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주력모델을 중심으로 한 판매정책과 신차 출시 등을 통해 내수점유율을 지키는 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정책 종료 이후 판매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주력 모델을 중심으로 수요 감소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한국GM 관계자는 "내년에 선보이는 신차 트랙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스파크 2013년형, 트랙스 등 신차로 내수 부진을 타개하고 10%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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