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풀려도 中企는 춥다

웰스파고·갤럽 중소기업 지수 3분기 급락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오랜 침체에 빠져 있던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웰스파고 은행과 함께 발표하는 중소기업 신뢰지수가 지난 3·4분기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웰스파고·갤럽 중소기업 신뢰지수는 3분기에 28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2008년 3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는 6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간 체감 경기와 향후 1년 간 경기 전망에 조사한 것이다.

웰스파고의 중소기업 담당 마크 번스타인 대표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던 중소기업 지수가 3분기에 놀랄만큼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결과는 주택지표를 중심으로 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최근의 흐름과 상반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미결 주택 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5.2% 상승해 5년만의 최고치인 104.8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9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미 주택 가격은 올해 들어 9월까지 7% 올랐다.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고 가격이 오르자 가계에 여유가 생겼다. 그 덕에 미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는 약 5년만의 최고 수준인 73.7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의 지표 개선이 중소기업들에서 경기가 좋아졌다고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미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인 재정절벽에 대한 부담감은 중소기업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투자정보업체 액션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잉글런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흔히들 재정절벽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중소기업 대표들에게는 더 큰 현실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선 직후 1주 간 이번 설문조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지수 급락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기업의 세금 인상 부담은 커졌다는 뜻이다. 한 기업인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바마 대통령 재선 확정 후 직원 22명을 감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