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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강연에 ‘기라성’ 지도자들도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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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강연에 ‘기라성’ 지도자들도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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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한국축구가 이어온 성과에 결실을 맺은 것뿐이다."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전인미답 고지를 경험했지만 한껏 낮춘 자세는 결코 흐트러짐이 없었다. 소신 있게 걸어온 유쾌한 도전. 마무리는 밑거름을 지탱해준 선·후배들의 열정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홍명보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파주NFC에서 열린 P급 및 A급 지도자 라이선스 강습회에 특별 강사로 나서 '기적이 아닌, 철저한 준비로 이룬 동메달'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숱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날 오른 강단은 사뭇 분위기가 남달랐다.

자리에 모인 수강생들의 구성부터 그랬다. 100여명이 들어찬 강의실에는 낯익은 얼굴이 속속 눈에 띄었다. 이장수, 최강희, 정해성, 박항서, 고정운, 신태용, 최진철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이자 걸출한 전·현직 지도자들이 자리했다. 연단에 오른 홍 감독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개인적인 목표는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8강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기 때문에 내심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했다."


딱딱하던 강연은 올림픽 본선에 임하는 과정을 풀어놓으면서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홍 감독은 선수 선발과정에서 느낀 고충과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 등을 진솔한 어조로 풀어냈다. 특히 영국 현지 기후와 선수들의 이동거리, 식사 문제까지 고려한 치밀함 등은 자리에 모인 지도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홍 감독은 멕시코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부터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까지 여정을 각각의 키워드로 풀어나갔다. 승점 3점을 목표로 한 멕시코전, 오륜기 형상에 자신감+냉정함+책임감+희생심+일체감을 새겨 넣은 스위스전, 가봉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는 '투혼'이 핵심이었다.


개최국이자 축구 종주국 영국과의 8강전은 '배수진'을 타이틀로 삼았다. 단판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토너먼트 승부. 영국 무대 진출 이후 설움을 겪던 지동원(선덜랜드)을 선발로 내세운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1997년 일본 진출 이후 선수들이 패스를 내주지 않아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다. 그 때 느낀 서운한 감정 때문에 6개월 뒤 열린 한·일전에서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코치진의 만류를 뿌리친 지동원의 선발 투입. 승부수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내린 직감적 판단이었다.


브라질과의 4강전 0-3 패배 이후 맞은 일본과의 3,4위전. 홍 감독은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각오를 선수단에 주문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한국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얻은 최고 성적은 4강이었다. 3위를 하면 어떤 기분인지 꼭 물어보고 싶었지만 적임자가 없었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이어 일본의 약점을 공략했던 맞춤형 전술을 상세한 영상 자료로 공개했다.


홍 감독은 줄곧 강조해온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결론과 함께 1시간여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조직의 일원이자 감독으로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준 지도자 선·후배들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전해들은 수강생의 반응은 이색적이었다. 특히 홍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에서 호흡을 맞춘 최진철은 "명보 형은 원래 이렇게 철저한 사람이 아니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선수시절 주장을 맡으며 생긴 꼼꼼한 성격은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준비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올림픽 동메달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은 "홍 감독이 내 제자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했다. 오히려 내가 배워야할 것 같다. 기특하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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