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박찬호(한화)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선수생활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한다.
박찬호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재단법인 박찬호장학회의 꿈나무 야구 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했다. 자리에는 학생, 학부모, 팬클럽 회원 외에도 60여명의 취재진이 자리했다. 많은 관심이 쏟아진 건 박찬호의 향후 행보 때문이다. 지난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국을 앞두고 그는 “11월 내 거취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이후 국내에서 가지는 첫 공식 석상이었다.
3주 가량의 시간이 흘렀지만 박찬호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각이 바뀌었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서도 그랬다”며 “한화 구단과 상의하고 조금 더 고민한 뒤 빠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리겠다”라고 밝혔다. 당초 그는 은퇴로 마음을 굳혔었다. 결정적 계기는 잇단 부상. 박찬호는 정규시즌 23경기에 출전해 5승 10패 평균자책점 5.06을 남겼지만, 1998년부터 시달린 허리부상이 재발하며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찬호는 미국으로 건너가 피터 오말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동구단주 등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 은퇴 이후의 진로를 상담했다.
마침표를 찍는 듯했던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직접 거론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끈끈한 동료애와 컨디션 회복이다. 박찬호는 최근 많은 후배들로부터 팀에 남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1년여 동안 한솥밥을 먹은 그들의 부탁은 뿌리치기 어려운 요청이었다. 몸 상태도 한결 좋아졌다. 박찬호는 “미국의 날씨가 좋아 운동을 많이 했는데 이전의 체력이 돌아온 것 같았다. 최근 해내지 못한 다저스 시절의 강도로 러닝머신을 했는데 끝까지 뛸 수 있었다. ‘왜 뛸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다 ‘내년에 현역으로 뛰면 잘 하려고 그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한계를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여기까진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하루에 몇 번씩이나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고민을 거듭하는 박찬호는 조만간 한화 구단과 상의를 가진 뒤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화 구단은 박찬호의 선수생활 지속을 희망한다.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하며 선수단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낸 까닭. 한화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시화와 양훈의 경찰청 입대로 주축선수들의 잇단 이탈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못해 이는 더욱 절실해졌다.
더구나 박찬호는 이른바 ‘특별법’까지 통과시켜가며 유니폼을 입힌 국내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던 만큼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코치진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김응용 감독은 NC의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의 지명 당시 박찬호의 이적을 사전 차단했다. 이날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해야 하는 최대 65명의 보류선수 명단에도 박찬호를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해 박찬호는 “확률은 반반이다. 더 해야 할 명분은 많지만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떤 선택이 내 자신을 위한 길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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