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마 경기 내내 공 한번 못 잡게 할 수 있을거다"
FC서울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2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서울로선 '자축'의 의미를 갖는 경기다. 서울은 시즌 세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승점 90점으로 2위 전북(승점 78)에 12점차로 앞서 올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엔 우승 세리머니도 준비 중이다.
경기 승패 못잖게 '데몰리션 듀오' 데얀-몰리나(이상 서울)의 활약에 시선이 모인다. 데얀은 현재 30골로 K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해나가고 있다. 사상 첫 득점왕 2연패 여부가 걸려있는 이동국(26골)과의 경쟁도 관심사다. 몰리나 역시 17골 18도움으로 한 시즌 최다 도움을 이미 경신했다. 전무후무한 한 시즌 20(골)-20(도움) 가입도 눈앞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23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 데얀-몰리나와 함께 참석했다. 그는 데몰리션 듀오의 성공 비결로 "우선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프로의식이 있다"라며 "이는 동유럽과 중남미 선수들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축구 지능이 뛰어나 상대의 거친 수비를 피해 마무리 짓는 법을 안다"라며 "또 눈에 보이는 포인트 뿐 아니라 수비적인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내릴 만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펼쳐주는 덕분에 미드필드 이하 선수들도 수비 전환시 시간을 번다"라고 설명한 뒤, "공격수가 매 경기 11㎞를 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라며 "심지어 잘 다치지도 않는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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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이전까지 K리그에서 가장 돋보였던 외국인 선수로 라데, 사샤, 마토, 에두 등을 꼽았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데몰리션 듀오의 장점을 묻자 "상당히 영리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동료들의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고, 그걸 또 경기장에서 잘 이용한다"라며 "순간적 판단이나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도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감독으로서 데몰리션 듀오를 상대팀으로 만난다면 어떨까. 최 감독은 의외로 자신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둘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몰리나는 공간 침투나 스피드가 좀 떨어진다"라고 지적했고, 데얀에 대해선 "그래도 몰리나는 올 시즌 오른발로 5골이나 넣었는데, 데얀은 왼발로 한 골 밖에 못넣었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아마 경기 내내 볼 한번 못 잡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결국 둘 다 스스로 분에 못 이겨 손들고 나가게 하겠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좋은 두 선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감독으로선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라며 '수습'하기도 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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