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이탈리아가 탈세 근절을 위해 탈세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자가 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자에서 보도했다.
레디테스트(redditest)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몇몇 질문에 답을 하면 지출 규모가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적절한 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월급 수준, 스쿠터나 헬리콥터·보트 등의 보유 여부, 거주하고 있는 집의 형태 등에 대해 질문이 주어지고 이용자가 답변을 입력하는 형식이다. 질문이 모두 끝나면 프로그램은 지출 규모가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해 녹색과 적색으로 그 결과를 표시해 준다. 빨간색이 표시된다면 세금 납부액이 충분치 않으니 모자란 부분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탈세는 이탈리아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이탈리아 지하경제 규모는 2750억유로에 이르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탈리아 세금 당국은 연간 탈세 규모가 약 12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이탈리아 국민 중 2700만명이 연 소득이 2만유로 이하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이들 중 20만명 이상은 대형 보트, 고급차량, 헬리콥터 등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레디테스트가 탈세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자가 진단인만큼 양심에 호소하는 것인데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이탈리아 세금 당국의 한 관계자도 "레디테스트는 세금을 납부토록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디테스트가 오히려 탈세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마리오 몬티 정부의 고강도 긴축 정책 탓에 이탈리아 국민들의 고통스런 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금 탈루를 고발하는 사람들의 이탈리아인들의 숫자는 올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세금 당국은 올해 들어 9월까지 탈세를 고발자 수가 5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92%나 늘었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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