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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더불어 사는 집'..젊은 건축가들의 새로운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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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하늘을 나는 새는 둥지를 가지고 있고, 여우는 굴을 가지고 있으며 미개인들도 오두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 특히 문명이 위세를 떨치는 대도시에서는 자기 집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중에서


지금 한국 사회는 집을 가지고도 빚더미에 올라 파산직전인 '하우스 푸어'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우스 푸어 그 아래엔 '하우스 리스 푸어'들의 신음소리도 창궐한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엄연히 '부동산 계급'은 존재한다. 최소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하우스 리스푸어들은 만혼, 실업, 1인 가구의 급증 등 사회적 구조의 산물이다. 그러나 정부는 주거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대신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의 재산권 보호에 더욱 집중한다.

최근 수년째 전셋값 급등기마다 정부가 펼쳐온 세입자대책을 살펴보면 그 성격이 분명하다. 지난 2009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 전셋값 상승으로 주거의 불안정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셋값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는 ''전세금 대출'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땜질해 왔다. 지난해 1, 2월도 뒤늦은 세입자 대책을 내놓을 당시 세입자들에게 빚만 늘려가는 방식으로 일관했다.


전세금 대출을 가구당 8000만원으로 올리고, 금리 연 4%를 부여한 정책이 그것이다. 따라서 세입자들은 늘어나는 빚에 허덕일 수밖에 없으며 집이 여러채인 임대인들은 정부의 시혜를 듬뿍 받았다. 세입자가 돈이 없어도 정부가 나서주니 그저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자야 어차피 세입자가 무는 일 아닌가 ?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대학가 원룸 10여평 내외의 경우 월 임대료가 50만∼60만원 수준이다. 학생들은 고시원과 쪽방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이 마저도 버거워한다.

다른 한편 도시는 재건축ㆍ재개발 등 뉴타운 건설로 소란스럽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는 했으나 오랫동안 개발은 도심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재개발구역이나 뉴타운이 확정되면 투기꾼들이 몰려든다. 지역주민들도 개발의 단맛에 취해 기대감이 한껏 부푼다. 그 새 세입자들은 도심 밖으로 밀려나 또다른 슬럼을 형성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현재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자가 소유는 전체 가구수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득실거리는 욕망과 주거의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는 지점, 바로 거기서 한국과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의 해답 찾기가 이뤄지고 있다. 그들이 제출하는 답이 건축가들이 추구해야할 작가적 포부나 이상과 잠시 멀어진 것일 수는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현실이라고 해도 부단히 새롭게 모색해야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의 해답 찾기는 '건축은 반역'이라고 설파한 건축가 함인선의 말처럼 현실과 싸워야하는 숙명에서 기인한다. 그들에 제시한 답은 '공유'와 '나눔'이다. 나누라니 ? 도무지 이윤 추구가 목표이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에 찌든 우리 사회에서 먼 달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한편으로는 정책적인 실패를 직업적 양심 때문에 건축가들이 짊어져야 할 짐으로 떠넘겨진 현실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건축가 장영철의 'Y-House는 달동네를 이룬 산 중턱 재개발 아파트 단지와 그 아래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 단지 사이에 적용된 다세대주택이다. 달동네 금호동 일대에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면서 본래 살던 사람들은 흩어지고, 투기꾼들이 몰려들고, 거친 소음과 공사 차량으로 뒤덮였다.


달동네라는 것이 곧 시장의 논리로 이익이 적은 주거들이며, 개발론자들에게는 단숨에 쓸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어 돈이 되게 만들어야하는 일감에 지나지 않는다. 해체 과정에서 달동네 골목길을 내달리는 아이들의 뜀박질도, 떡을 전하기 위해 대문을 두드리는 이웃들의 반가운 발길도 사라진 동네는 더 이상 '함께 사는 마을'이 아니다.


그런 곳에 다소 이질적인 성격의 'Y-House'는 건물 귀퉁이에 평상을 뒀다. 평상은 동네 사람들이 잠시 다리 쉼을 하거나 건물내 주민들이 어울리기도 하고, 아이들이 모여 숙제도 하는 공간이다. 공부 하다 싫증 나면 놀이터로 삼아도 무방할 터다. 집 귀퉁이의 평상은 건물 내 사람들을 소통케 하고 마을 사람들을 이어준다. 'Y-House'는 금호동 달동네에서 지금은 단지 '점'(點) 하나를 이룬다. 그 점은 선(線, 골목)으로 이어지고 다시 면(面, 마을)으로 확장돼 간다. 그래서 'Y-House'는 사람들이 다시 부대끼며 모여 살게 하는 공간이다.

'함께 더불어 사는 집'..젊은 건축가들의 새로운 '소통'법 재개발 아파트가 밀려들고 있는 금호동 주택가에 적용된 건축가 장영철의 'Y-House'는 재개발과정에서 해체되는 공동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집안 귀퉁이에 평상을 둬 입주민은 물론 동네 주민들의 쉼터, 교류의 공간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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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신승수가 작업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원룸주택'은 개별성이 강한 원룸주택에 '공유'라는 개념을 부여했다. 서재와 시청각실 같은 공용공간을 확보해 커뮤니티를 확보, 주택 내 주민들을 공동생활로 유인한다. 대개 원룸주택은 임대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비좁은 땅에 최대한 주거공간을 확보해 수익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송파의 원룸주택은 수익성을 줄인 대신 일부 공간에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선택했다.


'Y-House'와 '송파 원룸주택'의 공통점은 이윤의 절제, 커뮤니티의 회복, 공간의 공유 혹은 나눔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두 작품 모두 세입자를 겨냥한 주거 유형이지만 세입자가 이윤 추구의 대상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래서 건축가들에게 '나눔'과 '공유'가 새로운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개념은 일본 건축가들이 제출한 '셰어 하우스'에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셰어'라는 개념이 주거에 적용될 경우 화장실, 세탁공간, 식당 및 커뮤니티공간에 대해서는 거주자들이 공유하고, 침실만 분리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가족이 사는 집에서 각 구성원들이 방만 나눠 쓰는 것과 같다. 즉 일본 사회에서 인구 감소와 1인 가구의 증가, 분업화된 형태의 근대적 사회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사람간의 단절이 나타났다. 이에 셰어라는 개념이 처방책으로 제시된다. 서로 다른 세대원들이 하나의 가족으로 살면서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통해 보다 통합적인 삶을 영위하는 집의 형태로 설명된다.


나루세 이노쿠마의 '나고야주택'이 셰어의 개념이 잘 설명해준다. 나고야주택은 13가구로 계획돼 있다. 나고야 주택은 이웃과 아우런 관련을 맺지 않는 기존 공동주택에서 식당, 욕실 등의 공간을 공용화시켜 생활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런 공간은 한정적인 자원 즉 비좁은 토지안에서도 보다 많은 가구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부수적인 효과다. 사람간의 교류, 공간의 효율적 운용 등 건축적 제안이 바로'셰어하우스'로 설명된다.

'함께 더불어 사는 집'..젊은 건축가들의 새로운 '소통'법 나고야주택은 최근 일본에서 등장한 '셰어 하우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식당, 휴게공간, 커뮤니티, 욕실 등을 공유함으로써 입주자들이 대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건축가들이 기획한 '한일건축 교류전'은 오는 12월9일까지 서울 평창동에 소재한 토탈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교류전에서는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주사위 하우스는 물론 손자락 모양을 한 펜션,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전원주택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교류전을 기획한 임재용 OCA 소장은 "한국이나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은 경제ㆍ사회적 변화에 맞는 공간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일본 건축가들은 지난해 쓰나미 발생 이후 환경 및 재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에너지 효율 등도 건축가들이 심도 있게 고민하는 문제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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