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두 영화 '어머니' '말하는 건축가'...흥행도 닮은 꼴 될까?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올 봄, 갖가지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되는 가운데 3월 8일 개봉해 상영 중인 '말하는 건축가'와 다음달 5일 개봉을 앞둔 '어머니'가 닮은꼴 휴먼 다큐멘터리로 주목 받고 있다.

공공 건축의 대가였던 건축가 고(故) 정기용 선생의 삶을 그린 '말하는 건축가'와 아들 전태일의 분신을 시작으로 40여 년을 이 땅의 고통 받는 노동자들과 함께 한 고(故) 이소선 여사의 삶을 다룬 '어머니'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던 주인공, 그들의 삶을 담담히 담아낸 이야기 구성 등 많은 부분들이 닮아 있어 눈길을 끈다.

'말하는 건축가'는 정기용 선생의 삶과 사람에 대해 항상 따뜻한 애정을 가졌던 그의 건축을 담아낸다. 죽음을 앞두고 생을 마무리하는 정기용 선생의 마지막 모습이 나타나 있으며 이는 지난해 별세한 이소선 여사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낸 '어머니'와 닮아 있다. 아들인 전태일 열사의 뜻을 이어 40여 년을 노동 운동에 매진한 이소선 여사는 "사람은 타고날 때 똑같이 권리를 부여 받고 태어났다"며 하나가 되어 함께 할 것을 당부한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해 모든 노동자를 친 자식처럼 생각한 이소선 여사의 가치관이 엿보인다. 또 두 영화는 인물의 일상적인 면에도 주목함으로써 한 인간으로서 삶의 철칙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뚝심을 담아냈다.

두 다큐멘터리 모두 공간의 중요성에 주목했다는 점도 서로 유사하다. 정기용 선생은 놀이터 같은 어린이 도서관, 목욕탕이 있는 주민자치센터 등을 건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극 중 등장하는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통해 정기용 선생의 건축관과 그가 주목한 공간에 대해 알 수 있다.

'어머니'에서도 공간은 중요한 요소다. 이소선 여사가 살았던 창신동을 배경으로, 창신동의 따스한 삶의 공기는 이소선 여사의 삶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특히 '어머니'는 이소선 여사가 사람들의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걷는 뒷모습으로 시작하는데, 이에 대해 태준식 감독은 ‘어머니의 삶은 골목의 삶이었다. 골목에 사는 어머니의 모습과 동행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장면에 대한 연출 의도를 밝혔다.

두 영화의 엔딩 또한 인상적이다. '말하는 건축가'의 엔딩 시퀀스는 정기용 선생이 건축한 무주의 주민자치센터. 관공서의 공중목욕탕을 자랑하는 주민들 사이에 앉아 함께 소탈하게 웃고 있는 정기용 선생의 모습. 정기용 선생의 삶의 자세를 그대로 드러내는 이 엔딩은 긴 여운과 함께 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아냈다. '어머니'는 하와이의 음악 ‘엄마’를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와 연극 '엄마, 안녕'에서 이소선 여사로 분했던 배우 홍승이가 노래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형의 뜻을 받들어 노동 운동에 매진하는 한편 장남의 자리를 대신했던 전씨와 이소선 여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배우 홍승이. 이 두 인물이 미소를 띠며 부르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노래는 항상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이소선 여사의 향기가 그대로 배어나 관객들로 하여금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