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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서울 지하철역, 승객 싣고 추억 떠나 테마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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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서울 지하철역, 승객 싣고 추억 떠나 테마로 들어오다 ▲3호선 학여울역.[사진제공=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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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금 열차는 아~現! 나빌레라 역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나비를 보고 계신 고객님들은 한 발짝 물러나 주시고, 승객이 내리신 뒤 승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現! 나빌레라 역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서울 지하철역이 '테마역'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하철은 해 뜨기 전에 달리고, 해 진 뒤에 멈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1년 내내 움직인다. 한강의 찬물을 씻은 바람이 머리에 얹힐 즈음인 새벽 5시40분. 첫 열차가 잠실나루역을 출발해 강변역으로 들어온다. 이 열차를 타지 못하면 회사에 지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 첫차에 승차하지 못하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쩍~하고 지하철 문이 입을 벌리면 차가운 바람이 먼저 들어가고 승객들도 모두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미 빨려 들어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른 새벽인데도 앉을 곳이 없다.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은 게 특징이다. 이른 새벽에 어르신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옷차림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모두 작업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다리를 쩌~억 벌리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젊은이들은 안 봐도 훤하다. 밤새 젊음을 불사른 탓이리라.

◆추억 속에 떠오르는 "신문이요!" 외치던 판매원=서울의 지하철은 시민과 함께 달려왔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하루에 45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한다. 지난 1974년 8월15일 '종로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한 지하철 1호선이 시작이었다. 1호선은 착공 후 3년 4개월이 지난 1974년 8월15일 서울역에서 청량리 7.8㎞ 구간이 개통됐고 이어 경부선과 경인선, 경원선 등 수도권 전철과 연계 개통됐다.


[서울스토리]서울 지하철역, 승객 싣고 추억 떠나 테마로 들어오다 ▲1호선 개통당시.[사진제공=서울메트로]

1호선 개통 첫 해에 43만4168㎞를 운행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메트로 1~4호선은 1989년에 최초로 1억㎞ 운행을 기록했다. 2008년 6월11일 국내지하철 운영기관 중 최초로 5억㎞ 기록을 돌파했다. 5억㎞는 지하철 개통 후 33년 10개월에 달성했는데 이는 지구를 무려 1만2500바퀴를 돈 것과 같다. 실어 나른 승객은 2011년 7월말 현재 360억 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5.15배에 해당된다.


아련한 추억도 많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종이 승차권'. 노란색으로 구간별 표시가 돼 있던 승차권이었다. 당시 구겨지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민원이 끝없이 제기됐다. 지금은 교통카드로 전부 교체됐다. 종이 승차권은 총 152억매가 발매됐다. 무게만 8톤 트럭으로 1560대 분량에 달하는 2483t이다. 승무원들의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 1996년부터 졸음 방지용 껌이 지급됐다. 1~4호선의 승무원들에게 하루에 지급되는 껌은 하루 평균 235통. 그동안 지하철 승무원들이 졸음을 막기 위해 씹은 껌만 2011년 7월말 기준으로 130만 통에 이른다. 껌 한통에 500원씩으로 계산하면 6억 원이 넘는 규모이다.


사라진 것 중의 영화 필름처럼 남아 있는 추억의 한 컷은 '전동차 신문판매원'이다. 스포츠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신문이요!"를 외치며 이 칸 저 칸 뛰어 다녔다. 옮겨 다니며 목소리를 높이던 추억이 아련하다. 국가축구대표팀 경기 소식이라도 게재된 날이면 지하철 안이 떠들썩했다.


◆서울스토리는 테마 지하철에서 시작=서울 지하철 1~4호선에 테마가 등장했다. 120개 전체 역이 '이야기 있는 공간'이나 '주제가 있는 역'으로 탈바꿈했다. 때론 전시장으로 혹은 아이들의 체험 학습장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고 식물을 키우고 재배해 수확물을 나눠 가지는 역도 있다.


외선과 내선으로 나눠져 계속 회전하는 2호선. 피곤한 나머지 2호선을 탄 한 승객이 잠에 빠졌는데 일어나 보니 아직도 한 정거장 밖에 가지 못해 다시 잠들었다는 이야기는 전설 속 이야기가 됐다. 2호선 문래역에 가면 물레를 돌려 목화에서 무명실을 뽑아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커다란 물레의 실제 모형도 설치돼 있어 살아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2호선 아현역은 '아~現! 나빌레라'라는 주제로 나비생태 체험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30여 종의 살아있는 나비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벽에는 한국 대표나비 6종에 대한 사진과 설명 자료가 있어 학습 효과도 있다. 멸종위기에 있는 산굴뚝나비와 비단벌레 등 천연기념물에 대한 자료도 준비돼 있다.


[서울스토리]서울 지하철역, 승객 싣고 추억 떠나 테마로 들어오다 ▲추억의 승차권.[사진제공=서울메트로]

3호선 잠원역은 누에체험을 하는 '테마역'으로 변신했다. 누에로부터 명주실도 뽑아내고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먹어볼 수 있다. 뽕잎을 누에에게 주기도 하는 잠사체험이 가능하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매월 1회 이상, 잠사체험을 실시한다.


3호선 무악재역에는 버섯농장이 턱 하니 자리잡고 있다. 실제 버섯이 자라고 있고 잘 자란 버섯은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버섯의 특성과 관련된 지식도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2호선과 3호선에 체험공간을 강조한다면 4호선은 건강을 테마로 정했다.


4호선 길음역에 가면 역사 내 모든 공간에서 비만과 금연, 절주, 영양, 걷기 등 5개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내용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흡연과 건강과 관계, 금연효과 등의 금연 테마, 다이어트 요령과 주의할 점 등을 담고 있는 다이어트 테마, 건강식단과 영양정보를 담은 영양 테마, 술을 줄이는 절주 테마로 구성돼 있다. 모든 출입구 계단을 건강을 위한 걷기 운동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월 2회 이상 정기 건강상담도 무료로 실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하면서 '포스트잇'으로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시민들이 적어 준 아이디어를 집무실 벽면에 가득 붙어있는 모습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았다. 지하철역에도 '포스트잇'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혼잡한 강남역에 지난 7월부터 '생각누리광장'이라는 공간이 생겼다.


사람이 가장 많고 복잡하고 짜증나는데 이 단점을 역으로 생각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기 위해 기획한 테마공간이다. 매달 한 번씩 던져지는 화두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담긴다. 생각누리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의견은 취합돼 이슈화되기도 한다. 혼잡한 강남역에서 잠시 여유를 갖고 '생각누리광장'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써 보는 것도 이색적이다.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을~"이라는 노래가 어울리는 3호선 학여울역. 수천 마리의 종이 학이 날아오르는 풍경은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무지갯빛 색깔의 형형색색의 종이학이 이제 막 날아오를 듯한 풍경은 지하철 이용객들의 눈길을 끈다.




정종오 기자 ikoki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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