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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결국 불출석…2년 끌어온 진실게임 미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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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알츠하이머로 알려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내리 세 번째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결국 2년여간 끌어온 신한은행 진실게임도 미궁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설범식 부장판사)에 따르면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던 라응찬 전 회장이 지난 공판에 이어 재차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증인이 공판에 출석하지 않으려면 매번 불출석 사유를 재판부에 알려야 한다. 라 전 회장의 불출석은 별다른 사유 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라 전 회장은 지난 14일 공판 증인 출석을 앞두고도 이틀 전인 12일 의사소견서를 첨부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라 전 회장 측은 알츠하이머 일명 치매를 앓고 있어 치료를 이유로 증인으로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은 최근 2~3년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기간은 신한사태로 라 전 회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한 신한은행의 고소, 검찰 수사에 따른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진 시기다.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이 재판의 피고인 신분이다.

그간 법정에선 '조직과 라 회장을 위해 신 전 사장 개인비리로 몰아야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문건,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힌 라 전 회장의 면담 대상자 명단 등이 공개돼 논란을 부른 바 있다.


2008년 남산 자유센터 정문 주차장 3억 원 의혹도 풀리지 않은 과제다. 2010년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의 진술이나 명백한 물증 없인 재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공판에서 증인들은 "라 전 회장 지시를 받은 이 전 행장이 전달했다, '정치와 관련된 돈'이니 관련 진술을 번복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의혹의 실마리들을 쥔 라 전 회장이 끝내 법정에 서지 않을 경우 결국 故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명목 15억여원 등을 둘러싼 2년여에 걸친 신한은행 경영진의 진실게임은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법원 관계자는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재판은 2010년 말 신 전 사장 등이 기소된 뒤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난해 3월 말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다음달 결심공판을 거쳐 이르면 연내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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