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두 ‘본드’에 소니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신작 ‘스카이폴(Skyfall)’, 또 하나는 소니가 9년만에 발행한 전환사채(CB, 컨버터블 본드)다. 영화의 세계적 흥행에도 소니의 주가는 ‘하늘에서 떨어지듯’ 추락하고 있고, 구원투수로 등판한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52) 사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007 탄생 50주년 작품인 ‘스카이폴’은 미국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역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쓰고 있지만, 제작사인 소니픽처스의 호재가 모기업 소니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지는 못했다. 15일 일본 도쿄주식시장에서 소니는 장중 11% 가까이 떨어졌다가 전일대비 8.85% 떨어진 793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소니 역사상 32년만에 최저치로, 주가가 800엔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8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유는 전날 발표한 CB발행 계획에 따른 주가 희석 우려였다. 소니는 14일 도쿄증권거래소에 5년만기 제로쿠폰(표면금리 0%) 전환사채 약 1500억엔 어치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전환가격은 957엔으로 14일 종가(870엔)보다 10%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4년 연속 적자에 빠져 신용등급까지 강등당한 소니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금 조달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식가치가 약 15.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진한 실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소니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빠졌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니의 계속된 부진과 주가 급락으로 올해 4월 취임한 히라이 사장의 시련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소니를 세계 게임시장 선두주자로 끌어올렸던 히라이 사장은 디지털이미지·게임·모바일을 향후 핵심사업으로 꼽고 소니를 재편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소니는 이달 1일 발표된 2분기(7~9월) 실적에서 155억엔 순손실을 냈고 연간 매출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앞서 9일 소니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등급 직전인 ‘Baa3’로 떨어뜨리고, “향후 12~18개월 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실시되지 않으면 소니의 영업익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어깨가 무거운 히라이 사장에게는 주어진 시간조차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구라하시 노부오 미즈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히라이 사장에게 일종의 준비기간이지만 내년은 다르다”면서 그가 장담한 것처럼 ‘반드시 팔리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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