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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분쟁터지면 '표준'은 없고 '계약'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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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개인·소비자 피해…'뒷북 손질' 올해만 16개 제·개정

표준계약서, 분쟁터지면 '표준'은 없고 '계약'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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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은행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 230명은 15~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접수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은행의 전자금융보안이 허술했기 때문에 이런 범죄가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은행권이 공동으로 적용하는 표준계약서인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에 따라 피해자 과실이 입증되면 보상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피해자들은 범죄를 당할 줄 알고 은행 약관에 서명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약관 조항이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졌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A씨(72)는 표준계약서에 의한 '밭떼기(포전매매)계약'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칠 뻔 했다. 수집상과 트럭 10대분에 해당하는 배추를 두 차례에 걸쳐 출하하기로 계약을 했는데 수집상이 '배추가 시들었다'며 두 번째 출하분을 가져가지 않은 것이다. A씨가 수집상과 거래하면서 표준계약서만을 믿고 배추의 품질기준 관련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수집상은 배추가 시들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표준계약서상 '매도자가 통상적인 관리행위를 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를 이유로 들었다. 반박이 쉽지 않았던 A씨는 법원까지 간 끝에 합의했지만 당초 계약금 570만원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데 만족해야했다.

분쟁을 막기 위해 제정된 '표준계약서'를 과신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들이다. '표준'이라는 말에 무심코 계약서에 서명했다가 생각지 못한 피해를 입는 것이다. 표준계약서(약관)가 당사자들 간 계약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모든 분쟁의 소지를 명확하게 담을 수는 없는 탓이다. 이에 따른 피해자는 대부분 개인이나 소비자 등 정보에 어두운 사람들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987년에 처음 도입된 표준계약서는 특히 2000년 이후부터 많이 만들어지고 활용되고 있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16개 업종부문에서 표준계약서가 제·개정됐다. 전자금융거래, 은행여신거래, 대부거래, 유학절차대행, 어학연수, 백화점과 마트 등과의 거래 등 대부분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들이다.그러나 문제는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완전한' 계약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 조항은 주기적으로 개정되고 있지만 개정을 많이 거친 표준계약서는 그 만큼 분쟁을 없애는 데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부거래표준약관의 경우 올해 4월 한 차례 개정되었지만 일부 조항은 상이한 해석을 하고 있다. 약관 가운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를 '채무자가 2개월간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을 때'로 정해 놓은 조항에 대해 채권자 측에서는 사실상 2개월간 추심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채무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이라고 반발한다. 반면에 이 규정을 어기고 추심하더라도 채권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채무자에게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올해 개정된 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과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은 각각 네 차례, 세 차례 보완됐다.


표준계약서 개정은 소비자원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건의하거나 혹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때 표준계약서가 가진 문제가 표면적으로 나타나야 대부분 이뤄진다. '뒷북 개정'이 되기 쉽다는 얘기다. 지난 2009년 7월부터 도입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연기자·가수)도 탤런트 故장자연씨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표준전속계약서도 지난해 10월 한 차례 개정돼 보완작업을 거쳤다.


결국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되 분쟁의 여지를 최대한 남겨두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따로 계약을 맺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분쟁은 대부분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부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측은 법적소송까지 가더라도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곽민우 변호사는 "표준계약서에 나와 있지 않은 사항은 분생 시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며 "처음 계약 때 약관 등을 자세히 확인하거나 법률검토를 받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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