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스페인에 대해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이행목표를 꼭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올리 렌 EU 경제 및 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14일 성명을 통해 내년 말까지 스페인이 추가적인 긴축 정책방안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긴축정책에 치중했던 위기대응 처방에서 한발자국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렌 집행위원은 스페인 정부가 지난 9월에 제시한 구조조정 방안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스페인이 올해와 내년 새로운 재정진축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정부가 2012~3년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히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명목상의 목표치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U집행위원회가 승인한 이번 성명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들이 발생한 뒤 이어진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학교들이 문을 닫고 대중교통 등이 운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렌 집행위원은 이번 성명 등을 두고서 유로존 차원의 정책 변화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각각의 사례별로 각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14년에는 스페인 정부가 재정적자 문제를 위해 추가적인 조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렌 집행위원의 이번 성명은 EU의 정책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진 나라들에게 정해진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이행하라며 가혹한 긴축정책에 나서기 보다는 정책 유연성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EU도 이같은 IMF의 주장을 따르려 한다는 것이다.
EU집행위원회의 이같은 평가는 유로존 국가들의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국가들이 EU집행위원회의 스페인에 긴축노력에 대한 평가를 승인할 경우 스페인으로서는 EU 또는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지원을 받기가 한결 용이해진다.
한편 스페인 올해 재정적자 목표는 GDP 대비 6.3%, 내년은 4.5% 였다. 하지만 EU는 올해 스페인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8%, 내년에는 6%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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