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말보다는 운동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두 달여 공백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존재감을 각인시킨 환상적인 발리 슈팅. 돌아온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동국은 1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호주와의 A대표팀 친선경기(1-2 패)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 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자질 논란과 숱한 비난 여론을 잠재운 통쾌한 한방이었다. '최강희 호' 출범 이후 황태자로 군림하던 이동국은 지난달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4차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무뎌진 경기력과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체력 저하, 공격진 재편을 선언한 최강희 감독의 선택이 어우러진 특단의 조치였다.
절치부심 K리그에 집중한 이동국은 대표팀 탈락 이후 6경기에서 7골을 몰아치며 '킬러 본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연이은 활약은 두 달여 만에 대표팀 재 발탁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박주영(셀타 비고), 손흥민(함부르크) 등 유럽파 공격진이 제외된 상황. 최강희 감독의 선택에는 한 치 망설임이 없었다.
이동국은 "대표팀에 다시 돌아왔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다. 소속팀에서처럼 편안하게 경기할 생각"이라며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라고 다짐했다
남다른 각오는 경기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동국은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승기(광주)가 올린 크로스를 장기인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 이후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전방과 2선을 넘나들며 상대 수비진과의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역습 상황에서는 측면으로 자리를 옮겨 동료들의 찬스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비록 경기는 1-2로 패했지만 해결사 부재로 고심하던 최강희호로선 이동국의 건재를 확인한 것이 소득이었다. 동시에 내년 3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을 앞두고 공격진 운영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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