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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100퍼센트] 아이유, 첫사랑 비즈니스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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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100퍼센트] 아이유, 첫사랑 비즈니스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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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아이유의 팬에게 브라운아이즈의 ‘벌써일년’의 첫 소절을 전하고 싶다. 아이유가 트위터에 슈퍼주니어의 멤버 은혁과의 사적인 사진을 실수로 올린 것은 팬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괜찮아진다. H.O.T.시절부터 지금까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던 팬들은 이미 수없이 겪은 일이다. 1세대 아이돌이 몰래 연애하던 시절부터 열성 팬들은 아이돌이 나만의 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요즘에는 아예 언론을 통해 교제설도 아닌 교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봐야 한다. 아이유가 SBS <고 쇼>에서 “(연애를) 들키지만 말라고 한다”던 팬들의 바람은 남자 아이돌의 팬들이 상처입고, 애써 잊고, 교제 자체를 무시하며 얻은 ‘팬질’의 진리다. 남자 아이돌의 팬들이 대부분 10대 시절 겪었던 일들을, 아이유의 팬은 대부분 오빠내지 삼촌의 나이가 됐을 때 맞딱드렸다.

1세대 남자 아이돌의 팬덤에게 그들의 오빠는 완전무결한 존재였다. 잘생겼고, 착하고, 진중하지만 귀엽거나 발랄하지만 속깊으며, 시간이 갈수록 작사작곡도 하며 뛰어난 음악성도 가졌다(고 믿었다). ‘좋은 날’ 이후 아이유도 그랬다. 수줍게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이라고 고백하는 10대 소녀. 하지만 ‘3단 고음’을 할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고, 작곡도 한다. 트위터에서는 팬들의 고민까지 들어줄 만큼 속도 깊다. 하지만 동시에 팬은 아이유에게 “들키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아이유는 <고 쇼>에서 “(지금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언젠가 한 번은 (팬에게) 실망”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팬이 아이유에게 바라는 판타지는 1세대 아이돌에 가까울 만큼 완전무결하다. 그러나, 가수와 팬 모두 이것이 이미지게임이라는 것도 안다.


소녀의 일상이 충격이 되는 사회


[강명석의 100퍼센트] 아이유, 첫사랑 비즈니스의 종말

아이유는 <고 쇼>에서 성인이 되고나서 소맥을 즐겨 마신다고 말했고, 같이 출연한 수지는 수업 시간에 잠만 자고 밤에 춤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10대는, 10대 소녀는 이미 이만큼은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 10대 소녀의 일상은 스타로서 팬의 판타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남자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자 아이돌의 팬덤은 온갖 일들을 겪으며 조금씩 충격에 적응했다. 최근 남자 아이돌의 스캔들은 과거와 같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반면 여자 아이돌 팬덤은 팬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에 가장 큰 충격을 겪는다. 여기에 여성과 10대에 관한 남성과는 또다른 시선까지 겹친다. 아이유의 사진을 비롯한 여자 아이돌에 관한 각종 논란거리가 인터넷을 통해 자의에 의해 유출되곤 하는 것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10대 소녀가 실제로 사는 모습을 공개하면 그것이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균열은 올해 대중문화 산업의 중요한 맥락 중 하나였다. MBC <해를 품은 달>, tvN <응답하라 1997>, 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은 모두 순수한 첫사랑과 녹녹치 않은 현재를 대비시켰다. 판타지적인 측면이 강한 <해를 품은 달>의 왕도 작은 정치적 결정 하나도 하기 어려운 현실을 괴로워했다. 현재가 평이하다 못해 피로할수록 과거의 첫사랑은 강력하게 미화된다. 그리고, <늑대소년>의 남녀 주인공은 제대로된 대화도 못 나누고, <응답하라 1997>의 남녀는 10대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다.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에 남녀의 소통불능이 중요한 창치가 되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직접 마음을 묻지 못한다. 그는 키스마저 여자가 잠든 사이에 한다. 동시에 그는 첫사랑이 돈 많은 선배를 택할까봐 걱정한다. 순수한 첫사랑을 기대하지만 세상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안다. <건축학개론>은 이 간극을 여성과의 소통불능으로 덮어버리다 원치 않는 사실에 첫사랑을 ‘샹년’으로 만든 남자의 자기 반성이다.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커졌을 때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세상이 난리가 났다.


현실과 판타지의 간격, 이미 알고 있잖아


[강명석의 100퍼센트] 아이유, 첫사랑 비즈니스의 종말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 등의 작품은 순수한 첫사랑과 녹록치 않은 현재를 대비시켰다.


아이유와 은혁의 사진이 일으킨 파장은 지난 16년동안, 혹은 그 이상 이어졌던 연애 판타지가 사실상 끝났음을 보여준다. 과거로 돌아가고, 상대와의 소통까지 포기하지 않는 다음에야 과거의 청춘들이 순수한 첫사랑이라 규정했던 연애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그 뒤에는 지금의 현실에 어울리는 판타지가 오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의 10대 스타 저스틴 비버는 셀레나 고메즈와 연인이었고, 종종 진한 스킨쉽을 나누는 사진들도 찍혔다. 하지만 저스틴 비버의 인기가 하락하지는 않았다. 동서양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스틴 비버의 주소비층인 10대는 그런 자유로운 연애를 판타지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대는 10대대로, 30대는 30대대로 현실에서 바랄 수 있는 판타지를 추구한다. 그러나, 한국의 10대 소녀는 현실에서는 연애해도 겉으로는 오빠를 향해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거는, 말은 안 통하지만 그래도 속은 깊은 소녀가 돼야 한다.


10대는 그들의 현실과 판타지를 이어줄 대중문화 시장이 없고, 대중문화 산업의 가장 큰 소비자인 30대 전후의 세대는 그들의 사랑이 시작된 1990년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돌아가서라도 순도 100%의 첫사랑을 찾는다. 그 사이 H.O.T.부터 시작된 유사 연애의 판타지로 움직였던 아이돌 시장은 점점 새로운 스타가 줄어든다. 10대 소녀들은 연예인이 되려면 하다못해 데뷔 전에 담배라도 한 대 피운 사실이 걸리면 큰 타격을 입는다. 소비자든 제작자든 어른들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판타지는 만들지 않는다. <건축학개론>같은 자기 반성을 제외하면 이 시대의 현실을 인정하거나 시대에 걸맞는 판타지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은 판타지의 대상과 소통불능의 상태까지 가면서라도 판타지를 붙잡길 바란다. 결국 남는 것은 극대화된 판타지가 깨지는 것을 반복해서 보는 것 뿐이다. 그러니, 아이유의 팬들은 당분간 견딜 수 밖에 없겠다. 딱히 다른 대안도 없다. 16년동안 남자 아이돌 팬들이 그랬듯이. 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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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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