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에게 팀의 인기란 곧 성공의 출발이다. 그리고 개인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성공의 본격 가도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슈퍼주니어의 은혁은 차근차근 연예계라는 정글에서 성공적으로 생존의 법칙을 터득해가고 있는 멤버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파리로 휴가를 간다고 말했는데, 공항에 프랑스 팬들이 나와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유럽 활동을 할 때도 아닌데 정말 깜짝 놀랐죠”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시아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은 팀의 인지도를 발판으로 특유의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개성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슈퍼주니어의 무대에서 안무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동해와 유닛을 이뤄 싱글 <떴다 오빠>를 발표할 만큼 팀 안에서 그는 누구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인물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95사이즈 상의를 입는다. 박시하게”라며 능청스럽게 자신을 향한 놀림을 받아치거나 JTBC <신화방송>에서 전진의 영어 이름으로 “죤진”을 제안하는 순발력을 선보이는 은혁은 최근 예능에서 입담이 좋은 게스트로 두각을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제가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건, 춤이에요. 하지만 슈퍼주니어는 무대 뿐 아니라 연예계의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는 것을 처음부터 목표로 했던 팀이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점점 예능이나 MC에 대한 꿈이 커져가고 있어요”라고 냉정하게, 하지만 긍정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생각하는 은혁이 보여준 것 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며 영화의 줄거리보다 얽혀있는 추억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역시 그래서 이상하지가 않았다. 영화란 스크린 위의 이야기만큼이나, 그 밖의 일들을 추억하는 데에도 좋은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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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이타닉> (Titanic)
1998년 | 제임스 캐머런
“제 인생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당연히 <타이타닉>입니다. 어렸을 때 관람 연령이 아니었는데도 부모님이 보호자 동반을 해 주셔서 극장에서 처음 봤었어요. 펑펑 울면서 보고 나서 DVD까지 샀었죠. 얼마 전에 3D로 개봉했을 때도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시 보러 갔었어요. 지금까지 50번도 넘게 본 것 같은데, 대사를 다 외울 정도로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저는 자연의 아름다움, 우주나 바다의 풍경을 참 좋아했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바다와 거대한 배의 모습 자체에 항상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수중생물이나 심해 괴물 사진을 찾아볼 정도로 제가 바다 취향이거든요.”
침몰해버린 거대한 호화 유람선에 관한 묵직한 실화를 씨줄로, 그 배에 탑승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연을 날줄로 삼은 <타이타닉>은 명실공히 시대의 명작이다.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뱃머리에서 케이트 윈슬렛과 함께 팔을 벌린 장면은 수도 없이 패러디되었으며, 셀린 디온이 부른 주제가 역시 당대 최고의 히트곡이 되었다. 개봉 당시 역대 흥행 1위의 기록을 세웠으나 역시 제임스 캐머런의 작품인 <아바타>에 의해 기록이 경신되기도 했다.
2. <클로저> (Closer)
2005년 | 마이크 니콜스
“아무래도 영화는 혼자서 DVD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럴 때는 < P.S 아이 러브 유 >나 <클로저>처럼 감성적인 영화나, 사랑 이야기를 주로 보게 되더라고요. 재미도 있지만, 가사 작업에 참여할 때 그런 간접적인 경험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게다가 <클로저> 같은 영화는 진짜로 간접적으로만 겪어야 하는 일 아니겠어요. 혼자 한밤중에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던 영환데, 남의 일이라는 전제 하에서 굉장히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느껴졌었어요.”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클로저>는 우연히 만난 남녀의 이끌림을 사랑으로 정의하는 대신 관계에 대한 강박적인 심리에 집중하는 영화다. 달콤함을 걷어내고 로맨스의 쓴맛만을 남긴 영화의 감성은 많은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한국에서는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3. <언터처블: 1%의 우정> (Untouchable)
2012년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극장에 가는 일 자체가 많지 않은데, 특히 멤버들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건 정말 드문 일이죠. 그래서 영화 시사회 참석 스케줄이 생기면 은근히 설레더라고요. 이 영화도 시사회에 초대되어서 아무 정보 없이 보게 된 작품인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어요. 당시에는 특이 형이랑 둘이 봤는데 언젠가 우리 멤버들 모두 다 같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특별하지만 보편적이기도 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상위 1%의 부자와 하위 1%의 가난뱅이가 만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이 순진한 호기심을 실험으로 가져오기 위해 전자에게는 전신불구라는 핸디캡을, 후자에게는 자유로운 성격이라는 매력을 더해준다. 너무도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결국 물질과 환경, 심지어 인종이라는 수많은 장벽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당연한 결말이지만 오히려 그런 보편성 덕분에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4.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년 | 조스 웨던
“가끔 성민이 형이랑 둘이 데이트를 하거든요. 데뷔 전부터 같이 지내던 사이라서 형이 저랑 같이 밥 먹으러 가거나, 뭘 보러 가거나 하는 걸 참 좋아해요. <어벤져스>도 성민이 형이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본 영화인데, 정말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토르: 천둥의 신>이나 <아이언맨>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이 영화를 보고 등장하는 히어로들 모두에게 완전히 반했어요. 그래서 다음에 우리 팀 콘서트인 <슈퍼쇼>를 할 때 다 같이 어벤져스 분장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아이언맨>으로부터 <어벤져스>로 이어진 히어로물의 연타석 흥행은 최근 할리우드가 발굴한 최대 규모의 광산이다. 마블사의 유서 깊은 만화책에서 출발한 이 거대한 세계는 시리즈로써 <어벤져스>의 가능성을 확인받은 동시에 각 히어로들의 개별적인 이야기 역시 지속 가능함을 확신하고 있다. 외부의 악당이 지구를 공격하고, 영웅들이 힘을 모아 이를 물리친다는 뻔한 이야기에 유머감각과 물량공세를 잘 버무린 매끈한 브랜드의 생명력은 당분간 청신호일 것으로 보인다.
5. <헬로우 고스트> (Hello Ghost)
2010년 | 김영탁
“가장 많은 멤버들이 같이 본 영화는 아마 <헬로우 고스트>일 거예요. 해외 공연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누가 먼저 보고서 추천해 주는 바람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모든 멤버들이 다 그 영화를 봤거든요. 처음엔 그냥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왜 우냐?” 그랬는데, 화장실에 갔다가 오면서 보니까 멤버들이 다 울고 있더라고요. 막 담요를 입에 틀어막고 눈이 퉁퉁 부어 있는데 저도 울었으면서 그 모습을 보고 엄청 웃었죠. 그렇게 뭉클해질 거라는 기대를 안 해서 오히려 더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기도 해요.”
외로워 죽음을 결심했던 남자에게 어느 날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이후로 남자의 삶은 공포와 미스테리 대신 왁자지껄한 소동으로 가득해진다. 아기자기한 코미디와 찡한 감동을 적절하게 배분한 <헬로우 고스트>는 배우 차태현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한 영화다. 각 귀신의 특징을 절묘하게 모사하는 코미디 연기와 소시민적이면서 인간적인 드라마 연기까지 모두 능히 해내는 그의 얼굴에서 이 영화의 진정성은 싹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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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균형 감각을 갖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성취를 인정하는 자신감과 계속해서 꿈을 꿀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은혁은 마음가짐이라는 자산을 타고난 케이스다. “방송에서 더 활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전제는 슈퍼주니어라는 팀에 속해있다는 점이에요. 각자 빛나는 사람들이 모여서 더 크게 빛나는 팀을 만들 수 있다는 거, 진짜 멋지지 않나요?” 그리고 개인과 팀의 시너지를 굳게 믿는 그는 스스로 든든한 기둥이 되고자 한다. “팀의 리더인 (이)특이 형이 입대를 하면 제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멤버들의 도움 없이도 예능에서 잘할 수 있으려고 나름대로 적응 중입니다. 사실 저희 팀은 모든 멤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거든요. 누구 한 명이 잠시 쉬더라도 팀은 언제나 건재해야 하니까요. 그게 진짜 슈퍼주니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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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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