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했다. 이번 순방에는 군사정권에서 이제 막 벗어나 민주화의 길로 접어든 미얀마도 포함됐다. 한 때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아 고립됐던 국가에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주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주일간 해외 순방을 떠난다고 밝혔다. 태국도 잠깐 머문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번 순방이 아시아의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이 지역에 정치적 관심을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미얀마의 군사독재 기간 동안 주요 지지를 보낸 국가다. 하지만 미얀마의 떼인 세인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문호를 열었다. 미얀마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영향력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취한 조치다.
미얀마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와 떼인 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미얀마의 지도자들을 만나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수지 여사의 방미 당시 백악관으로 불러 만나기도 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행이 정치적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타임스는 전했다.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사회불안 요인이 많은 탓이다. 떼인 세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수 백명의 정치사범을 석방하고, 수지 여사에 대한 검열도 해체했다.
하지만 군부세력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는데다, 미얀마 북부 지역에선 소수 민족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부지역은 불교신자와 이슬람교도간 폭력사태가 벌어져 100명이 넘게 숨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얀마 망명 인사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방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개월간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대사를 다시 보내는 등 관계 개선에 집중해 왔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격려하고 보상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도 195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존 포스터 둘스 국무장관도 중국에 맞서 동남아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미얀마에 대한 구애작전을 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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