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주상돈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 마스터플랜 발표를 앞두고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박 후보가 초안을 놓고 숙고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이 또 다시 박 후보를 압박하는 '벼랑 끝 전술'을 택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박 후보는 8일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장과 만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 지난 주 김 위원장에게 보고받은 경제민주화 초안에 재계의 입장을 일부 반영해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공약 발표가 늦어지자 김 위원장은 7일 "원래 목표가 11월 중순이었기 때문에 크게 늦지 않았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속사정은 다르다. 행추위 관계자들은 지난 주말 박 후보에게 초안을 제출한 이후 언론에 내용을 흘리고 다녔다. 초안을 외부에 알리면서 박 후보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행추위의 언론플레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불협화음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의 수위조절이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경제민주화 공약의 '전권'을 줬지만, 김 위원장이 예상보다 강력한 안을 제시해 고민에 빠졌다. 김 위원장은 기존에 논의된 내용 이외에 ▲대기업집단법 제정 ▲계열사편입 심사제 ▲경제사범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대기업 총수 및 주요경영진 연봉 공개 ▲국민연금의 대기업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의 방안을 공약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의 측근들은 이른바 '김종인 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10년부터 박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업이 (규제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에서 진다면 우리 부담은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며 "정책을 잘 다듬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측근은 "박 후보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와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큰 차이가 있다"며 대폭 수정을 예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자신의 뜻을 굽힐 가능성은 낮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 안이 박 후보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데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으므로 박 후보가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또 다시 사퇴를 언급하며 박 후보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딴죽을 거는 이한구 원내대표를 놓고 "둘 중 선택하라"며 당무를 중단한 적이 있다. 이어 대선 공약 개발 업무를 해오던 안종범·강석훈 의원의 비서실 이동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박 후보가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손을 잡아줄지는 미지수다. 다만 시간을 갖고 김 위원장을 설득하며 조심스럽게 취사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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