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에이스가 제외됐다. 기성용(스완지)이 14일 호주와의 평가전에 나설 A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유럽파없이 이번 경기에 임하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방침에 따른 결과다.
그동안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였다. 공수 모두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존재다. 패스 길목 차단과 커버 플레이로 수비에 공헌함은 물론, 길이에 상관없는 정확한 패스로 공격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 대표팀에선 기성용을 일대일로 대체할 선수가 없다.
따라서 그가 혼자 해내던 몫을 여러 선수가 나눠 가져야 한다. 미드필더 조합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표팀 중원의 '플랜B'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호주전에 나설 대표팀 미드필더는 이근호(울산)·하대성 고명진(이상 서울)· 황진성(포항)·김형범(대전)·이승기(광주)·박종우(부산) 등 총 7명. 타 포지션에서 미드필더를 병행할만한 자원은 없다. 이들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우선 공격진과 수비진의 대폭 개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공격수가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 둘 뿐이다. 지난 8월 잠비아전 같은 이동국-김신욱 투톱을 사용할 경우, 포메이션도 4-2-3-1에서 4-4-2로 바뀌어 미드필더가 한 명 줄어든다. 기존엔 공격형 미드필더의 뒤를 더블 볼란테가 받쳤다. 이번엔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공수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전환된다.
경기 조율 능력은 물론 공수 모두에 능한 하대성과 박종우가 유력한 조합이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공격적 성향이 짙은 고명진이 나서고, 박종우 혹은 하대성이 좀 더 수비적 역할에 집중할 수도 있다. 고명진-하대성 짝은 서울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다.
문제는 포메이션 변경에 따른 부담이다. 투톱은 상대 수비에 압박을 줄 수 있는 반면,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해 자칫 중원 경쟁에 어려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호주도 주로 투톱(4-4-2)을 쓰기에 미드필드 수적 우세는 피할 수 있으나, 수비진의 불안요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캡틴' 곽태휘(울산)가 빠졌고, 좌우측 풀백도 최재수(수원), 김창수(부산)가 시험무대에 오른다. 변화가 큰 만큼 불안요소가 적잖다. 따라서 더블 볼란테로 1차 저지선을 든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 감독이 기존 원톱 체제를 고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황진성이 공격형 미드필더, 이근호와 김형범이 각각 좌우 측면, 하대성과 박종우가 더블 볼란테로 각각 배치된다.
이근호는 중앙과 좌우측면 모두 소화 가능하다. 따라서 황진성과 자리를 바꿀 수도 있다. 혹은 이근호가 오른 측면에 서고, 고명진 혹은 황진성이 반대 측면에 서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만 하다. 미드필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승기의 '멀티 능력' 활용은 또 하나의 대안이다.
이처럼 호주전은 중원의 다양한 조합과 가능성을 실험해볼 무대다. 나아가 기성용의 부재에 대비한 플랜B를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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