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0곳 중 9곳, 법인세율 인상 반대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이 최근 정치권의 법인세율 인상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 조사를 벌인 결과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 개정안에 대해 응답 기업의 86.3%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13.7%에 그쳤다.

최근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 또는 30%로 재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08년 2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 정부 들어 기업경쟁력 강화 및 투자활성화를 위해 3%포인트 내려간 상태다.

법인세율 인상 반대 이유로 중소기업들은 '제품 가격 상승 및 실질임금 하락 가능성 등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45.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기업 투자 의욕 저해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39.8%),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흐름에 역행'(13.1%)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법인세 중심의 세수 확보는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인세를 올려 기업의 투자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단행한 법인세율 인하와 연구개발(R&D) 조세지원 확대 등의 세제개편이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77.7%가 그렇다고 답했다.

현 정부의 5년간 세제개편 성과에 대해서는 '법인세율 인하'(62.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R&D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12.3%),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 도입'(11.7%), '이월결손금 공제기간 연장'(11.0%) 등의 답변이 나왔다.

향후 R&D 세제지원 정책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49.3%가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는 47.3%, 축소는 3.4%였다. R&D 세제 개선과제로는 '결손기업에 대해 당기 R&D비용의 일정비율을 환급하는 제도 도입'(48.0%)을 가장 많은 기업들이 꼽았다. 현행 세법상 중소기업 R&D 활동에 대해 해당 연도에 발생한 R&D비용의 25%를 세액공제해주고 있지만 R&D투자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당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5년간만 이월공제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조세정책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점으로는 '세제 간소화'(34.7%), '세원 투명성 제고'(34.0%),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20.3%), '경영환경 예측가능성 제고'(11.0%) 등으로 나타났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최근 법인세 과세표준구간 세분화와 세목 신설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조세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기업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것처럼 단순하고 알기 쉬운 세법을 통해 납세 의욕과 세원 투명성을 높여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