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SBS 월 밤 11시 15분
“정말 힐링이 필요한 분”이라는 MC의 소개 멘트도, “마음고생이 내 직업이 됐다”는 게스트의 고백도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 3년 간 “팬 카페보다 회원수가 월등히 많은” ‘타진요’ 카페의 회원들로부터 “제가 제가 아니라는 의혹”까지 받아 온 타블로는 그야말로 <힐링캠프> 맞춤형 게스트였다. 이제는 “진짜 스탠퍼드 대학을 나왔습니까?”라는 이경규의 짓궂은 질문을 “증명 서류를 퀵서비스로 보내드릴게요. 단 착불이에요”라는 농담으로 받아칠 만큼의 여유가 생긴 타블로는 어떠한 증명도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답답했던 시간들, 아직까지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아버지의 죽음, 그동안 미처 몰랐던 아내 강혜정의 강한 면모에 대해 차분하게 털어놓았다. 분노와 슬픔의 감정뿐만 아니라 “내가 세상에 하는 것처럼 세상이 나한테 한다고 생각했다”는 자기반성도 함께 덧붙였다.
이경규는 “왜 하필 이런 일이 타블로에게 일어났을까”라는 잔인한 질문을 던졌지만, 강도만 다를 뿐 이는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통이기도 하다. 그래서 토크쇼라기보다는 타블로의 독백에 가까웠던 어제 방송은 비단 타블로뿐만 아니라 억울한 오해와 외로운 싸움을 숙명으로 안고가야 하는 모든 연예인들을 위한 힐링캠프였다. 타블로가 고생담을 이어가는 동안 멈추지 않았던 한혜진의 눈물은 MC로서가 아닌 동료 연예인으로서 깊이 공감한다는 뜻의 눈물이었다. 루머, 조작, 진실, 성숙 등 타블로가 자주 사용한 단어들 역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연예인들이 방송 복귀 심정을 이야기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말이었다. 때때로 숙연해진 촬영장, 타블로의 깊은 한숨, 고개 숙인 타블로를 토닥여주던 강혜정의 두 손, 한혜진의 눈물. 어제 방송을 단지 타블로만의 희귀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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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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