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마켓 탐방기 ‘싱글들이 열광하는 것’
솔로 이코노미
‘1인 가구 경제’라는 뜻으로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이들을 타켓으로 한 기업 마케팅이 증가하는 현상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독신을 살인과 같은 중죄로 여겼다. 생명을 탄생시키지 않는 행위는 살인과 마찬가지로 취급했다. 로마의 현제(賢帝) 아우구스투스는 독신자들에게 ‘독신세’를 부과하고 상속권을 박탈했다. 출산을 노동력 증가로 동일시하던 시대에서는 독신자들의 삶은 수난, 그 자체였다. 장 클로드 볼로뉴의 책 <독신의 수난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1950년대 미국인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병적이다’ ‘부도덕하다’ ‘신경질적이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싱글들에겐 으레 “어쩌다 저렇게 됐나” “무슨 문제 있으니까 혼자인 거 아냐” “결혼 못해서 노처녀(노총각) 히스테리가 대단할 거야” 등 결혼은 곧 행복이자 의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삐딱한 시선뿐이었으니…. 작가인 벨라 드파울로는 수많은 싱글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싱글리즘’(Singlism)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래, 기혼자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어서 혼자 사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독신, 싱글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싱글족, 싱글라이프, 솔로 예찬 등 파생되는 단어만큼이나 새로운 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회라는 치열한 정글에서 자신의 일을 가지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즐기며 맹목적으로 결혼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더 이상 싱글은 결혼을 위한 대기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당당한 생활방식이 됐다. 물론 독신 가구라고 해서 모두 젊은 싱글족은 아니다. 가정 해체에 따라 홀로 사는 사람이나 독거노인도 독신 가구에 포함된다.
지난해 세계 ‘1인 가구’는 2억4200만 가구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 가구에서 지난해 436만 가구로 20여년 만에 4배 넘게 증가했다. 통계청은 국내 1인 가구가 2020년 588만 가구로 늘어 전체의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문화·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소득과 교육수준 향상으로 개인의 경제적 자립도가 증가하면서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관습보다 개인의 가치관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추세는 특히 젊은층에서 두드러진다. 이 같은 현상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려 앞으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1인 가구의 증가가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1인 가구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1인 가구의 연간 지출액이 50조원에 이를 만큼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급부상하면서 소비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기존 2인 이상 가구에 초점을 맞춘 기업의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에 일대 변화가 시작됐으며 솔로 마켓 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싱글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와 시장에 주목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