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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애완견 '사랑이'의 럭셔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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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수업 후엔 거품 스파 … 하룻밤 호텔비만 4만원


얼짱 애완견 '사랑이'의 럭셔리한 하루 ▲ 애완견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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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내 이름은 사랑이. 꼬불꼬불한 흰색 털이 매력인 3살 푸들이다. 내 주인은 37살 먹은 골드미스 언니. 이웃들에겐 좀 까칠하긴 하지만 나한테 만큼은 한없이 너그럽고 얼굴도 꽤 미인이다. 전문직이라서 돈 버는 덴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오늘도 어김없이 날 유치원에 내려 주고 회사에 갔다.

내가 언니를 만난 건 생후 2개월쯤. 한창 엄마 품이 좋을 때였지만 영문도 모른 채 난 그녀의 집으로 옮겨갔고 우리 엄마네 주인이 날 그녀에게 '분양'인지 뭔지를 했다는 사연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언니랑 항상 같이 붙어 지내진 못하지만 그런대로 내 생활엔 만족한다. 바쁜 주인 언니 탓에 내가 주로 머무는 곳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유치원과 유치원에 딸린 미용실과 호텔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유치원 수업 일정으로 나름 바쁘다. 배변 훈련을 시작으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야외수업을 간다. 이곳에서 만난 시추 강아지 '로미'는 나의 절친이다. 공놀이 수업에서 친해졌는데 조금 못생기긴 했어도 성격만큼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수업은 좀 엄한 편이다. 영국견들이 배운다는 커리큘럼이라나 뭐라나. 뭐든지 글로벌한 것을 추구하는 언니 덕분에 난 조기교육 하나는 제대로 받고 있는 셈이다. 아마 이렇게 해야 나중에 좋은 신랑을 만나나 보다. 암튼 예의를 중시하는 유치원 분위기 때문인지 다소 까칠했던 내 성격도 조금은 온순해졌다. 매일 만나는 의사선생님들도 하나 같이 잘생겼고 내 컨디션을 이리저리 살펴줄 정도로 친절하다.


얼짱 애완견 '사랑이'의 럭셔리한 하루 ▲ 서울의 한 애견유치원에서 조련사가 애완견들에게 예절 교육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언니가 출장을 가는 날이라 조금은 우울하다. 이런 기분이라면 목욕과 쿠키로 스스로를 달래줘야 한다. 유치원에 딸린 카페에서 파는 쿠키와 소고기 스튜는 나의 소울 푸드다. 천연 재료로 만들어서 인지 알레르기 반응도 없고 입맛 까다롭던 나도 여기선 마음을 놓고 먹는 편이다.


유치원이 파하자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나와 별로 안 친한 불독 강아지 루삐만 호텔에 남았다. 루삐도 오늘은 주인이 출장을 가서 나와 같은 처지다. 우리가 묵는 곳은 하루 비용 4만원인 고급 호텔이다.


이곳에서 묵게 되는 날은 으레 스파와 미용실에 들러 기분전환을 하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이크로 버블' 목욕. 묵은 때까지 싹 씻기는 그 맛이 일품이다. 미용실 언니들도 꿀꿀한 내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오늘따라 손가위로 컬도 손봐주고 드라이로 정성스레 말려줬다.


전문 트리머(애견미용) 자격증을 소유한 언니들의 솜씨는 꽤 만족스럽다. 이것저것 하니 8만5000원을 훌쩍 넘기는 돈이었지만 이만큼 더 예뻐졌으니 언니도 이해해줄 거다. 이제 슬슬 졸리기 시작한다. 적당히 좋은 실내 온도와 영국산 고급 침구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전담 스태프가 있어 마음 놓고 잠이 들 수 있다.


내일은 유치원이 끝나자마자 언니가 날 데리러 온다. 바빠서 날 호텔에 묵게 한 날이면 언니는 으레 내게 선물을 사준다. 그럴 줄 알고 아까 버버리 체크무늬가 들어간 신상 니트 스웨터를 봐뒀다. 같은 반 친구 '리옹'이 입은 걸 봤는데 왠지 탐이 났다. 언니한텐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예쁜 내 모습을 보면 언니도 무척이나 흐뭇해할 것 같다. 아 이제 내일을 기약하며 자야지.


위 기사는 최수인(가명·36·여·서울 청담동) 씨가 키우는 애완견 '사랑이'의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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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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