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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 외면해도 괜찮아, 네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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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함께살기①] 당신이 개·고양이 키우는 이유는?


"가족 모두 외면해도 괜찮아, 네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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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올 봄 20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한 박근형(가명·52·남·서울 길동) 씨는 오늘도 애완견 '소미'의 뒤치닥거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아홉살된 몰티즈종 소미는 잦은 병치레로 예전만큼 활동적이진 않지만 하루 종일 무료한 박씨 곁을 떠날 줄 모른다. 소미가 아직 작은 강아지였을 때는 아이들이 서로 데리고 자겠다며 실랑이를 벌였고, 매일 늦게 퇴근하는 박씨에겐 그저 '집에 있는 개 한 마리' 그 이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종교 활동으로 분주한 아내와 회사일에 쫓기는 딸 아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 녀석을 대신해 소미의 밥을 챙겨주는 것도, 배변패드를 갈아주는 일도 모두 박씨의 차지가 됐다. 올 여름 유난히 더위를 못견뎌하는 소미를 위해 박씨는 하루 종일 거실에 에어컨을 틀었다. 아내가 "돈도 못벌어다 주면서 왜 이리 전기료가 많이 나왔냐"고 타박했지만 박씨는 "소미만 건강할 수 있으면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 신혼인 조윤아(가명·30·여·용인 동백) 씨는 남편에게 청혼을 받은 자리에서 대답 대신 되물었다. "깐돌이도 같이 살아야 해." 골목길에서 어미를 잃고 비에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던 새끼 길고양이는 이젠 능글맞은 여섯살 어른 고양이가 돼 있었다.


깐돌이는 갑자기 환경이 바뀌자 신혼살림을 가만두지 않았다. 새 가구를 발톱으로 긁고 가죽 쇼파를 물어뜯어 모두 흠집이 났다. 실크 소재 침구는 몇 년 사용한 것처럼 여기저기 너덜너덜 헤져 버렸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 베란다는 깐돌이 전용 화장실이, 방 한쪽 구석은 깐돌이의 이부자리가 차지하고 있다. 조씨의 남편은 "가끔 내가 신혼집을 구한 건지, 전세금 9000만원 짜리 고양이 집을 얻은건지 헷갈린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족 모두 외면해도 괜찮아, 네가 있으니…" 자료) 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애완동물'이 아니다. 가족이나 다름 없다고 해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최근 통계에서 우리나라 다섯집 중 한 집 꼴(17.9%)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개와 고양이만 전국적으로 550만마리가 넘는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 변화가 이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지만 반려동물 관련시장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자신의 분신이자 외로움을 덜어주는 반려자가 되고 있다. 먹을 것 하나도 꼼꼼히 따져 고르고, 정기적인 예방접종과 미용까지 어린아기 돌보듯 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반려동물에 애정을 쏟는 이유로 극심한 경쟁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단절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효과를 꼽는다. 반려동물을 돌본다고는 하지만 실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통해 스스로 기쁨과 만족감을 얻고 때로는 반려동물에게 의존하는 성향마저 보인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소속·애정의 욕구를 갖고 있지만 막상 인간관계 속에서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끊임 없이 관찰하고 신경을 쓰느라 쉬이 피로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동물에게는 일방적인 사랑을 줄 수 있고, 동물 역시 사람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기 때문에 이런 수고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은 임상으로도 검증이 됐다.


상계백병원 정신의학과 이동우 교수는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언쟁을 하거나 심리적 대립을 일으키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치매 환자들의 경우 동물로부터 이해받는다, 공감받는다고 여기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반려문화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사람들이 원해서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도 '잘 살 수 있는' 반려문화가 필요하고, 동시에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소모적인 갈등이나 오해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의식도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긴 했으나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사례도 그만큼 증가했다"며 "사람과 동물이 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전국 가정에서 기르는 개의 숫자는 440만마리. 웬만한 동네마다 들어선 동물병원 수가 3000여개에 육박하고, 애완견과 동행할 수 있는 카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TV에는 특별한 사연과 깜짝 놀랄만한 재주로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인터넷에는 자신이 키우는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을 자랑하는 사진이 수시로 올라온다. 이따금 골목길 전봇대에 잃어버린 개를 찾아달라며 적지 않은 사례금까지 내걸고 애타게 호소하는 전단지를 목격할 때면 "지금쯤 저 개는 주인을 찾아갔을까" 나도 모르게 걱정이 된다.


아시아경제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사회의 모습과 이들이 사람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를 되짚어 본다. 또 반려동물 수만큼 빠르게 증가하는 유기동물의 실태를 살펴보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찰해 본다.


"가족 모두 외면해도 괜찮아, 네가 있으니…"




조인경 기자 ik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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