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자기 개 지키려던 40대 남자, 다른 집 애완견 살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 남자가 다른 사람의 애완견을 잔인하게 찔러 죽게 한 사건이 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더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달 5일 런던 북쪽 벨사이즈와 햄스테드 사이의 한적한 산책로에서 '타이슨'이라는 이름의 아메리칸불독이 칼에 23차례나 찔린 채 목숨을 잃고 말았다.
타이슨과 함께 있던 주인인 데이지 제킨스(41) 씨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애완견을 살려 달라며 울부짖었지만 수의사가 도착하기 전 타이슨은 결국 주인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타이슨을 찌른 사람 역시 개를 키우고 있었다. 현지 언론에서 '스티어맨'이라고 칭하는 그는 불테리어종의 개 '몬티'를 키우고 있으며 "타이슨이 몬티를 위협해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스티어맨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 당일 타이슨이 산책중이던 몬티 쪽으로 다가와 머리를 물으려 했고, 그가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어디에서도 주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스티어맨은 타이슨을 떼내기 위해 발로 차고 때렸지만 타이슨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이에 격분한 나머지 자신의 집 부엌으로 되돌아가 10인치(25.4㎝) 가량의 칼 3자루를 들고 나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내가 한 짓이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내 개가 물려죽도록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죽은 타이슨의 주인인 제킨스 씨는 "스티어맨이 칼을 휘두르는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길가 울타리 쪽으로 몸을 숙이고 칼에 맞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타이슨이 몬티를 위협한 것은 사건 당일이 아니라 무려 3개월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목격자들이 전하는 현장 상황은 더 처참했다. 제킨스 씨가 피투성이가 된 타이슨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고, 무게가 42㎏이나 나가는 타이슨은 엄청난 양의 피를 쏟은 채 쓰러져 있었다. 가해자가 얼마나 세게 찔렀는지 흉기로 사용된 칼 한자루는 가운데가 구부러진 채 발견됐다.
타이슨이 실려간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이렇게 끔찍한 상처는 본적이 없다"며 "23개의 자상(찔린 상처) 가운데 복부를 깊게 관통한 상처로 인해 사망했다"고 말했다.
스티어맨의 애완견 몬티의 부상 정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스티어맨은 '재물손괴' 혐의로 22시간 동안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풀려났으며 조만간 벌금형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보도된 직후 일부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동물을 희생양으로 하는 사건에 대해 더욱 엄격한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과 다름 없는 애완견을 죽인 것 자체가 '재산상의 손실'이 아닌 '살인'이라는 것이다. 제이슨 씨 역시 관련법을 개정해 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를 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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