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계부채 분석
40·50대 자영업자들 빚상환 능력 가장 취약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당국이 빚을 내 집을 산 뒤 어려움을 겪는 국내 하우스푸어의 규모를 10만 가구 정도로 추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들이 당장 급격한 채무상환에 시달리거나 금융회사로 가계의 부채가 이전될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 자영업자의 빚 상환 능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31일 금융연구원과 함께 하우스푸어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의 미시분석 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가계부채의 규모와 성격을 낱낱히 파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추이와 관련,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신문이 금융계 오피니언리더 10인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현재의 가계부채 위험도는 5점 척도로 3.3점으로 평가됐으며 부동산가격이 10% 이상 추가하락하지 않으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는 지난 9월 기준 매입가 대비 아파트 가격이 10% 이상 하락한 가구수가 약 16만7000가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구수는 약 9만8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하우스푸어로 볼 수 있으며 금융대출을 보유한 가구의 1%에 해당한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가구주 연령 40대와 50대 가운데 DSR(Debt Service Ratio, 부채원리금상환비율) 60% 이상은 약 35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DSR은 전체 가족의 소득 가운데 빚을 갚는데 사용한 돈의 비율을 뜻한다. DSR이 60%를 넘는 가구는 최소한의 지출과 세금을 감안할 때 만성 적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DSR 비중이 80% 이상에 달하는 가구는 23만1000가구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의 80% 이상을 주택 구입 등으로 빌린 부채를 상환하는데 사용했다는 얘기다.
DSR 비중이 60% 이상인 자영업자 가구는 26만1000가구로 조사됐다. 같은 조건의 급여소득자 가구수가 15만400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10만 가구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DSR 80% 이상인 자영업자 규모는 17만7000가구에 달해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한 상황임을 짐작케 했다.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159.2%로 일반 근로자(83.4%)보다 두 배가까이 높았다.
금융연구원은 자영업자 부채규모를 345조원 수준으로 조사했다. 이는 지난해 3월 294억원보다 29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구원이 코리아크레디트뷰로(KCB)의 자영업자 기준을 적용해 자영업 차주의 연소득을 분석한 결과 인당 3563만원으로, 급여소득자(3328만원) 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은행 등 1금융권 보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위원은 "자영업자의 2금융 대출액 비중은 40%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44%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고연령층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연구원은 일단 은행권의 경우 안전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임진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20% 떨어져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가구수가 4만가구 이상 증가해도 은행이 자체 자기자본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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