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빠르게 이탈했던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가 유럽시장으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10대 프라임 MMF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미국 MMF들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전월에 비해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미국 MMF들의 유로존 익스포저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MMF는 유로존 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자금줄이다. 그러나 지난해 유로존 부채위기가 심화되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고조되자 미국의 MMF들은 유로존에서 급격히 이탈했다. 올해 초에 잠시 복귀 움직임을 보였지만 올 여름 들어 유로존에 대한 이들의 익스포저는 다시 감소추세를 보여왔다.
최근 미국 MMF들이 유로존으로 관심을 돌리는 이유는 이 지역에 대한 시장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 회복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비롯해 유럽시장에 대한 개입 방침을 밝힌 이래 유로존 위기의 안정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돼왔다.
이와 함께 지난달 스페인 시중은행의 민간부문 예금잔액이 6개월만에 처음으로 증가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들의 ECB에 대한 대출잔액이 감소했다는 소식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피치는 그러나 미 MMF가 유럽에 대해 관심을 회복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에 대한 미국 MMF들의 익스포저는 전체 MMF 시장의 11%에 불과하며 이는 30%에 달했던 지난해 5월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피치의 로버트 그로스만 거시 크레디트 리서치 헤드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특히 보수적이고 단기적인 투자자금이 많고 이들은 언제든지 시장을 빠져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피치는 또한 미국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레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도 일정부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단기자금 조달을 위한 담보부 거래인 레포거래에 따른 미국 MMF의 유로존 익스포저는 지난 8월 37%에서 지난달 30%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3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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