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의 4대 군사대국인 영국과 프랑스,독일과 이탈리아의 군사비 지출이 경제위기 탓에 앞으로 몇 년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이들 4개국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 몇 년간 재정적자 축소가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놓이면서 퇴보해왔으며 상황은 앞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26일 미국의 국방뉴스 전문매체 디펜스뉴스보도에 따르면 유럽 최대 군사비 지출국인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이탈리아는 예산 삭감속에 병력과 장비조달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62억 파운드짜리 항모 무슨 수로 도입하나=영국은 내년 4월부터 시작하는 회계연도에 재정균형을 달성하기로 하고 자산배분을 고심중이다.
이를 위해 이미 공중조기 경보능력을 갖춘 헬리콥터 탑재 항모를 2년간 연기하기로 하는 등 방산 장비 구입 프로그램을 속속 연기하고 있다.
영국의 국방비는 올해 344억 유로에서 내년에는 341억 유로,2014년에는 335억 유로로 각각 감축된다.
2014년 이후 국방비 지출은 2015년부터 4년의 기간 동안 전 부처에 걸친 정부의 자산배분 검토에 좌우된다.
런던의 한 애널리스트는 “영국 정부의 재원조달이 2015년에는 형편없을 것 같은 만큼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부대가 철수하면 국방비 지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영국 국방부의 장비조달의 최 우선 순위는 해군용 F-35 합동공격기(JSF) 구매와 62억 파운드가 들어가는 배수량 6만5000t의 항공모함 완성이다.
아울러 40억 파운드를 들여 앞으로 몇 년 동안 정보감시통신 및 정찰 장비,타이푼 전투기 개량,타입 26 프리깃함 건조,육군의 재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육해공 신형 무기구입 재원 조달 골치 아픈 프랑스=유럽 2대 국방비 지출국인 프랑스도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올해 국방비는 314억 유로(미화 401억 달러)로 지난해와 견줘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장비 구입예산은 160억 유로로 전년과 같다. 그래서 각 군은 신규 대규모 장비 구입을 예상하고 있다.
공군은 2013년 예산에서 다목적 공중급유기 14대를 구입하기 위해 첫 몇 년에 지급할 비용(3억6800만)의 초도분 1500만 유로를 승인받았다.공군은 또 미라지 2000D 전폭기를 다목적기로 개량하는 것도 원하고 있다.
해군은 연안 초계함정 확보를 원하고 있으며 이가운데 8척 구입을 위한 예산중 일부인 5억5400만 유로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해군의 핵심 계획인 바라쿠다 공격잠수함과 프리깃함 건조,탄도미사일 잠수함에 M51미사일 장착 등은 거액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육군 또한 스콜피온 현대화 계획에 따라 장갑차를 대체할 계획인데 50억 유로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올해 말 2014년에서 19년까지의 국방지출 계획을 담은 국방 및 안보백서 발간을 앞두고 올해와 내년 국방비 지출을 각각 55억 유로씩 보류했다.
프랑스 국방부의 고위관료는 지난 1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스마트 국방계획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아마도 매우 힘든 시절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질 국방비 증액 없는 독일의 속사정=독일은 내년 국방예산으로 333억 유로를 예상하고 있다.명목으로 14억 유로가 올해보다 증가하지만 10억 유로는 인건비로 지출돼 실제로는 올해와 거의 같다.
더욱이 내년 조달과 지원예산은 2억2600만 유로가 줄어든 103억7000만 유로로 잡혔다. 최종 국방예산은 오는 11월로 예상되는 의회의 연방예산안 승인에 달려있다.
독일의 국방비는 오는 2015년까지 325억 유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은 다른 나라와 마찬 가지로 병력 숫자를 줄이고 군기지를 폐쇄하며 징집제를 폐지하는 등 군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큰돈은 꼭 필요한 장비에 지출될 전망이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는 내년에 10억500만 파운드가 지출돼 가장 큰 항목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독일 국방부는 타이푼을 계획된 170대중 140대만 구매하기로 계획을 축소했다.아울러 A400M 수송기와 타이거 공격헬기, NH90수송 헬기,푸마 보병 전투차 등도 국방비 삭감의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3년안에 국방비 36억 줄인다=이탈리아 역시 예산 삭감속에서 우선 지출 항목을 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국방비는 136억 유로지만 조달규모는 28%나 줄었다.이탈리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2015년까지 국방비를 100억 유로로 축소할 계획인데 이탈리아 국방부는 이미 병력을 줄이고 함정을 매각하며 JSF 구매대수를 당초 131대에서 90대로 축소하는 등 ‘도끼’를 휘두르고 있다.
대신 차량과 포탑,병력보호 등의 작전요구 성능, 급조폭발물방어 차량,2013년 아프가니스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지상군 레이더 및 디코이 시스템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JSF와 관련,이탈리아는 올해 3대를 주문해 2016년 에민돌라 공군기지에서 운용하도록 했지만 JSF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게 문제다.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의회에서 이탈리아가 주문한 JSF 가격은 대략 대당 8000만 달러이지만 6000만에서 7000만 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답했다.그러나 그는 내년에 주문할 3대는 대당 1억2730만 달러가 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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