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反) 중국 감정 최대 변수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는 25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무역수지 불균형인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이 축소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반(反)중국 감정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치 교수는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향방'(금융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글로벌 불균형의 심화가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악화를 초래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로치 교수는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아시아 부문 사장을 지낸 인물로 2005년 부동산 과열을 경고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제로금리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자로 꼽힌다.
그는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버블 붕괴 이후에 나타난 강력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ㆍ채무 규모를 줄여가는 것)은 향후 수년간 경제성장에 장애를 초래할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 주도형인 신흥국 또한 주요 선진국 경기 악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주요 신흥국들은 해외 수요, 특히 선진국들에 대한 수출 주도형 모델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왔으나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경제 부진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민간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활성화로 성장 모형을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자 아시아의 GDP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중국이 불균형 축소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치 교수는 "최근 결정된 중국의 제12차 5개년 국가 발전계획은 불균형 축소를 위한 옳은 방향"이라며 "앞으로 계획이 얼마나 이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중국의 5개년 계획은 서비스 산업 주도의 일자리 창출, 도시화를 통한 개인 소득 및 투자 증대 등을 통해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로치 교수는 "수출주도형 국가로서 선진국 경기부진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은 경기부진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불균형 축소 과제에 주력할 수 있는 전략과 자금,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반감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미국내 반중 감정을 지적한 것이다.
로치 교수는 "미국의 고용시장 부진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반중(反中) 감정과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미국의 대선과 중국의 지도부 교체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위기로부터 근본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무역 마찰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오랫동안 미뤄 온 불균형축소라는 정책과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는 대규모 자산 버블의 회피, 좀비 차입자의 증가세 억제, 금융시장 및 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 개선 등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치 교수는 "이러한 불균형 축소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향후 더욱 극심한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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