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판결서도 같은 결과 나오면 판매 금지..영국, 네덜란드 판결 반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또다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는 삼성전자의 승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미국에서만 애플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25일 삼성전자 및 외신에 따르면 ITC의 토마스 펜더 판사는 24일(현지시간) 삼성-애플 소송과 관련한 예비 판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침해가 인정된 특허는 디자인 특허 1건, 상용 특허 3건이다. 구체적으로는 아이폰 전면 디자인(특허번호 678), 이어폰에서 플러그 내 마이크를 인식하는 기능(특허번호 501), 중첩된 반투명 이미지(특허번호 922), 휴리스틱스(특허번호 949) 특허다.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10.1 등의 특허 침해가 인정됐다.
애플이 주장한 특허는 총 6건으로 ITC는 다른 특허 2건에 대해서는 비침해 판결을 내렸다. 아이폰 외관 디자인(특허번호 757), 이어폰의 플러그 삽입 인식 기능(특허 번호 697)과 관련한 특허 주장은 기각됐다.
ITC는 지난 9월14일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1건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정한 반면 이날은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판정하면서 ITC의 예비 판정은 애플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번 판정은 예비 판정인 만큼 당장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ITC 위원 6명의 승인을 받으면 내년 1월 최종 판정이 나온다. 이후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후 효력이 나타난다. 애플이 최종 판정에서 승리하면 특허 침해가 인정된 삼성전자 제품은 미국 수입이 금지된다. 최종 판정에서 예비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날 마무리된 예비 판정에서 미국 ITC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 법원에 이어 미국 행정부도 일방적으로 애플에 유리한 입장을 취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배심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약 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면서 애플은 자국에서만 고립되는 형국이다. 영국 항소법원이 18일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네덜란드 법원도 24일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ITC의 예비 판정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것"이라며 "미국 법원에 이어 행정부까지 애플의 손을 들어주며 유럽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면서 애플의 자국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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