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민간 경제 컨설팅 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두 얼굴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만 보면 미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듯하지만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는 엇갈린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미국의 두 경제 이야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가계 소비가 증가하는 반면 기업 투자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고 최근 소개했다.
포천에 따르면 기업 경기가 좋아질 때,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소비를 늘릴 때 기업도 지출을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는 게 보통이지만 최근 상황은 그렇지 않다.
주택시장을 보면 미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 상무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9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15% 급증해 연율 기준 87만2000건을 기록했다.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다. 주택경기 선행 지표 격인 건축 허가 신청 건수도 12% 급증했다. 연율 기준으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89만4000건을 나타낸 것이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오랫동안 어려움에 허덕여온 주택시장이 코너를 돌았다"고 표현했다. 웰스파고 은행은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수요가 급증한 덕에 올해 3ㆍ4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주택시장 회복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10월 미시간 대학 소비심리지수는 83.1로 2007년 9월 83.4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앞서 발표된 컨퍼런스보드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전문가들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기업은 다르다.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기계ㆍ장비 투자 동향을 보여주는 자본재 출하가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상무부가 발표한 8월 공장 주문은 전월 대비 5.2% 감소했다. 2009년 1월 6.6%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기업 투자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올해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1%에 불과했다. 4년 전에는 15%를 웃돌았다. 반면 소비 비중은 침체 전보다 높아져 2분기 기준 71%에 달했다.
최근 미 기업들은 이른바 '재정절벽'을 우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운송업체 CSX의 마이클 워드 CEO는 "최근 수개월 사이 화물 운송량이 감소한 것은 재정절벽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도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민주ㆍ공화 양당이 예산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세금을 5% 더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절벽을 피하면 경제에 막대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절벽을 결국 비켜가게 될 것"이라며 "양당 합의로 재정절벽을 피하게 되면 내년 초 기업 투자가 반등하고 수요는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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