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번 주에 마무리되는 19대 첫 국정감사를 두고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선을 의식한 여ㆍ야 간 기싸움으로 수차례 국감이 중지된 것도 문제지만 불출석한 증인 때문에 출석한 증인 활용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 CEO들을 증인으로 가장 많은 부른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장이 대표적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여야 간 합의를 통해 부른 증인은 모두 32명. 이 중 26명이 참석했고 6명이 불출석했다.
불출석 증인 명단에는 최근 골목상권 침해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이마트 대표와 4대강공사 기업담합의 주요인물로 꼽히는 손문영 현대건설 전무도 포함돼있었다. 이들은 모두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여야 간사들은 국감 시작부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4대강 입찰담합을 비롯해 증인 출석문제로 국감은 개회 20분 만에 중지됐다. 오후 3시반 경 같은 문제로 또 감사가 중지됐고 2시간이 지나서야 속개가 이뤄지는 등 제대로 된 국감진행이 어려웠다.
이 날 국감에 출석한 증인 중 국감 테이블에서 질의를 받은 기업 CEO는 26명 중 이형희 SKT부사장, 소진세 세븐일레븐 대표 등 14명이었다. 나머지는 질의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국감장을 떠났다.
기업분석 조사업체 한국 CXO연구소에서 최근 2년간 국내 매출 100대 상장기업의 임원연봉을 조사해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 날 출석한 기업 임원들의 일당을 모두 합하면 약 9억원에 달한다. 그 중 100대 기업에 속하는 8개 기업 임원 일당의 합은 1억5000만원이다. 정무위 의원들은 하루 일당 만해도 1800만원을 넘어서는 증인들의 하루를 공치게 한 셈이다. 피감기관과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지만 불러놓고도 활용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년째 국감을 모니터해 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국감이 사상 최악이라는 중간평가를 내렸다. 중간성적으로 D학점을 줬다.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잊었다는 의미다. 국감NGO모니터단은 "증인채택, 증인불출석 문제가 원활한 국정감사를 방해했다"며 "증인을 불렀으면 제대로 증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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