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로 조사를 받는 기업체의 법률 대리인을 직원 교육 강사와 자문위원으로 대거 위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민주통합당)이 22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정위가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37회에 걸쳐 2327명의 직원에게 '공정거래전문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조사 중인 기업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변호사를 강사로 초빙했다"고 밝혔다.
강사로 위촉된 변호사 12명 중 7명은 공정위 전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이들이 소속된 로펌은 김&장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율촌(2명) 지음(2명) 세종ㆍ화우ㆍ광장ㆍ태평양ㆍ삼정합동법률사무소는 각각 1명이었다. 김 의원은 "공정위는 이들 변호사가 강사로 활동하면서 수임한 상위 10대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사건 중에서 무혐의 3건, 과징금 감액 11건(감액 금액 2986억원)의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의 부당한 공동행위는 심사관 조치 의견이 과징금 7억26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7월20일 무혐의 처리됐다. 이 사건은 강사로 위촉된 김&장 소속의 최기록 변호사(공정위 경쟁국 등에 1994년 4월~1998년 7월 근무)가 법률 대리를 맡았다. 최 변호사는 2010년 3월25일 공정위 직원 151명에게 불공정거래행위 사례 연구를 주제로 교육했다. 교육생 중에는 당시 사건 담당 부서인 카르텔조사과에서도 2명이 참석했다.
웅진홀딩스의 불공정하도급행위는 심사관 조치 의견이 과징금 1억3400만원이다. 하지만 올해 1월5일 무혐의 처리됐다. 두산건설의 불공정하도급행위도 심사관 조치 의견이 과징금 56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9월 무혐의 처리됐다. 두 사건은 강사로 위촉된 김&장 소속의 박익수 변호사(공정위 심결지원2팀장 등으로 2006년 9월~2008년5월 근무)가 법률 대리를 맡았다.
과징금이 감액된 11건 중 삼성SDI의 부당한 공동행위 건은 심사관 조치 의견이 과징금 400억23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3월10일 160억1000만원을 감액 결정했다. 이 사건은 강사로 위촉된 세종 소속의 이민호 변호사(공정위 송무팀장 등으로 2006~2008년 근무)가 법률 대리를 맡았는데, 이 변호사는 2010년 9월7일 공정위 직원 152명에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조건부 리베이트를 주제로 교육했다. 교육생 중에는 당시 사건 담당부서인 국제카르텔과에서도 2명이 참석했다. 이 밖에도 LG전자(부당한 고객유인행위) GS건설(부당한 공동행위) 등도 비슷한 사례였다.
공정위 정책자문단으로 공정위원장에게 자문을 해주는 변호사들도 공정위가 조사 중인 기업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들 변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후에 수임한 상위 10대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사건 중에서 무혐의 2건, 과징금 감액 6건(감액금액 790억500만원)의 결정을 내렸다.
기업의 담합을 조사하는 카르텔총괄과 정책자문단의 박정원 변호사(공정위 유통거래과장 등으로 1994~2006년 근무)는 지난해 9월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는데, 삼성전자의 담합 사건과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을 자문위원 위촉 이후 법률 대리했다. 삼성전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건은 심사관 조치 의견이 과징금 292억2800만원이었으나 올해 3월23일 163억2100만원을 감액 결정했고, 불공정거래행위 건은 심사관 조치 의견이 과징금 22억8900만원이었지만 지난 8월7일 6억8700만원 감액 결정했다.
김 의원은 "기업의 불법행위를 조사해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위가 기업 측 법률 대리인을 강사로 위촉하고 정책 자문을 받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강사와 자문위원이 변호한 사건에 공정위가 부적절한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는 만큼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의 직무 공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강사와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변호사에 대해서는 시급하게 해촉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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