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의 지속된 갈등을 돌아보며 "축구협회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고 수술이 필요하지만 집도의가 없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김윤덕(민주통합당·전주 완산갑) 의원은 19일 조광래 전 감독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조 전 감독은 이날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예정이었다.
서신에 따르면 조 전 감독은 자신의 해임과 관련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은 기술위원회(이하 기술위)의 권한이자 결정 사항이지만 저의 해임을 두고 기술위가 열린 적이 없다"면서 "축구협회 전무와 기술위원장이 절차상 하자를 시인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해임 통보 이후 잔여연봉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창피한 일이지만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당초 계약이 올해 7월까지였다. 최근 협회 사무총장이 4개월 치 월급만 받으면 안 되겠냐고 설득하기에 면박을 준 적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조 전 감독은 "축구협회는 거대한 기득권이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전제한 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대한 외압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대표선발은 감독 고유 권한인데 부끄럽지만 외압은 존재했다"며 "협회 수뇌부가 한 선수의 발탁을 끈질기게 요청했지만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이에 타협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국회 출석에 응하지 못한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조 전 감독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지 10년이 흘렀지만 협회는 후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고름은 반드시 짜내야 하고 협회를 개혁할 주체는 축구인이 아닌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과 자료 제출을 거부한 축구협회에 대해 "이는 국회에 대한 결례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제도적인 불이익을 검토하겠다"라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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