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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아비가 한글목판으로 눈을 떴다"..빛나는 전통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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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아비가 한글목판으로 눈을 떴다"..빛나는 전통공예 손영학의 심청전 목판복원(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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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국전쟁으로 원본을 찾을 수 없는 한글목판부터 옛 왕실용품에서 주로 쓰인 붉은색 칠로 마감한 십이각 호족반까지. 전통 공예 장인들의 땀방울과 정성이 깃든 작품들이 최근 서울 민속박물관과 인사동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매년 또는 2년마다 한번씩 무형문화재 공예장인들이 경연을 벌이는 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우리 전통의 얼이 빛나는 공예품들이다.

이 중 '심청전목판복원'이란 작품은 손영학(남 65)씨가 판각하는데만 3년 이상의 시간과 4000만원의 재료비를 들여 만든 귀중한 한글목판이다. 총 36판 양면에다 한글소설 심청전의 모든 내용을 담았다. 글자수로만 4만자다. 먹물이 칠해져 있는 심청전목판은 산벗나무로 재작했는데, 팔만대장경의 64%가 모두 이 목재를 이용해 만들어진 바 있다.


일반인들에 주로 한자 목판들만 소개됐지만 사실 한글목판은 우리나라 고대소설이 쓰여지기 시작한 조선시대 후기부터 만들어졌던 것이다. 1950년대 6·25 전쟁 이후로 대부분 전소됐고, 당시 한글목판을 수집한 소장가가 있었으나 그마저도 납북했다. 하지만 이처럼 심청전 목판을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원본에서 찍어낸 종이를 엮어만든 고대 한글 소설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 씨가 한글목판을 연구한 이유는 1980년 시문학활동을 하면서 한글로 자작시를 써서 전시하게 됐고, 이를 연유로 각자장 철제 오옥진 선생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오옥진 선생에게 서각을 사사받으면서 손 씨는 한글목판을 직접 복원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이 춘향전, 홍길동전 그리고 심청전 목판복원 작품이다. 나무를 새기는 데만 각각 4년, 2년, 3년 이상이 걸렸다. 이 세 작품은 모두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수상했고, 심청전 목판은 이번에 대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더불어 손 씨가 만든 춘향전목각원본은 하버드대학의 의뢰로 그 위에 종이를 찍어 지난 2월 하버드대학 옐친 도서관 고서실로 보내졌다.


손 씨는 "우리 고유 글자 '한글'을 보급해 서민들에게 읽혔던 소설이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건 한글목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심청전 외에도 수많은 한글소설이 있는데 앞으로 유충렬전, 박씨부인전 등도 지속적으로 복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청전목판은 현재 민속박물관에서 다음달 5일까지 전시된다. 이외에도 이번 전승공예대전에서는 김창호의 질그릇항아리, 윤순심의 지삿갓, 김문희의 3봉술단작노리개 등이 수상해 함께 같은 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질그릇항아리는 음식을 저장해 먹는 식습관으로 한국에서만 발달한 그릇이다. 여기에는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장류나 김치, 젓갈, 술 등 발효식품이 담겼다. 지삿갓 기름 먹인 종이로 만들어져 햇볕이나 비를 가리기 위해 썼던 모자로, 모내기철이나 비닐우산이 생기기전의 생활용구였다.


"심청아비가 한글목판으로 눈을 떴다"..빛나는 전통공예 박만순의 주칠호족반 1쌍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도 장인들의 손길과 깊은 공력이 담긴 작품들이 빛나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전시하는 한국문화재기능인작품전에서다. 이 전시는 2년마다 한번씩 열린다. 전국 6000여명의 문화재기능인들이 모여 있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이번 전시에서는 124명의 회원이 130여점을 출품했다.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박만순(남 55)씨의 '주칠 호족반 1쌍'이다. 전통 십이각 호족반을 나전칠기로 접근해 왕실용품에 주로 쓰는 주칠로 마감한 것이다. 호족반의 붉은색은 육안으로 보는 게 훨씬 더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박 씨는 "전통색칠법 중 붉은 색을 입히는 방법인'본주(本朱)칠' 중 가장 진한 색"이라고 설명했다.


상 가운데 문양은 불교에서 말하는 상상속의 꽃인 '보상화'를 연상해 축소시켜 도안한 것이다. 나전칠기 기법으로 자개가 박혀있다. 상의 12각 테두리는 흑색안료를 입혔다. 이 호족반을 만들기까지 총 25단계, 1년 2개월이 꼬박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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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스물살때부터 옷칠공예를 시작해 35년동안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나전칠기와 옻칠을 같이 적용해 장농, 차도구, 식기 등 생활 집기와 가구 등의 전통공예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이외에 이번 전시에서는 박인주의 장문갑, 김석만의 카두라(십이지신상 중 자신), 손준호의 쌍봉황, 이연욱의 흥국사 현왕탱화 등이 당선됐다.


주최측인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박갑용 상임이사는 "일이년을 두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 전통기술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장인들이 점점 연령대가 높아지고 후학양성에 고민이 많아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당부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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