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14곳의 역대 최고경영자(CEO) 196명 중 내부 출신은 6명(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8년 역사의 산업은행을 비롯해 11곳은 그동안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금융공기업 CEO 자리가 관료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용도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역대 CEO를 출신별로 보면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출신(모피아)이 53%로 압도적이다. 현직 CEO 14명 중 8명이 모피아다. 최근에는 기관장뿐만 아니라 임원 자리까지 관료 출신이 내려온다. 한국거래소 등기이사 7명 중 내부 출신은 단 한 명이다. 증권 관련 정보기술(IT) 기관인 코스콤의 경우 2010년 전무 자리가 셋으로 늘었고, 그 중 하나를 모피아 출신이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공기업의 경쟁력과 조직원의 사기가 높아질 리 없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기관장은 업무 파악에 오랜 시간을 허비하고 제때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하는 등 조직에 부담을 준다. 직원들은 '잘해봐야 임원까지'라며 자조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기관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으로 조직이 진통을 겪는다. 노동조합 등과의 대립 끝에 출근에 성공한 기관장은 환심을 사기 위해 새로운 수당을 만들거나 기존 수당을 높여주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 바람에 공기업 경영은 더욱 방만해지고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연결되기도 한다. 결국 이런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문제를 해소한다며 공기업 사장에 대한 공개모집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무늬만 공모(公募)'일 뿐이다. 어느 자리에 아무개가 낙점됐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모집공고를 보고 응모한 사람들은 들러리를 서기 십상이다. 사장추천위원회 구성과 서류 접수, 대상자 면접 등의 절차는 요식행위일 뿐 결과는 소문대로다.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는 민영화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금융공기업은 과감히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 출신 CEO 선임을 늘려가는 한편 외부 출신을 뽑을 때는 명실상부한 공개모집으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임토록 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기업 사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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