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대동한 학부모들, 살아 숨쉬는 교과서 지역축제로 고고싱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지역축제가 또 다른 교육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역축제는 지역사회의 전통문화를 활용해 교육적 효과가 높고 현장체험 학습효과도 높아 생생한 오감체험의 현장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3일과 14일 이들에 걸쳐 진행된 성북구 축제가 좋은 본보기가 돼 관심이 높다.
이번 성북구 축제는 ‘도성을 거닐다’, ‘간송을 만나다’, ‘심우장의 초대’, ‘삼선동 선녀축제’와 같은 지역의 문화, 역사 공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일 년에 두 차례만 일반에게 공개되는 간송미술관의 가을 전시 오픈과 맞물려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고 축제 현장을 찾은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항일정신이 깃든 심우장에서 진행된 ‘심우장의 초대’는 후배 예술가들이 낭독공연, 연주와 무용 등 장르가 복합된 색다른 퍼포먼스로 만해의 삶과 작품을 기렸다.
두 자녀와 심우장을 찾은 김소연씨(정릉, 39)는 아이에게 좋은 문화체험이 될 것 같아 다른 엄마들에게 권했고 세 가정이 함께 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 서울시 각 구청의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자녀교육에 좋은 정보를 찾고 이를 다른 엄마들과 교환한다고 했다.
다문화 가족에게도 성북 축제는 훌륭한 교육 현장이 됐다.
8년 전 한국남성과 국제결혼을 하고 한국에 정착한 베트남 신부 김정은(쌍문동, 39)씨는 딸 권용희 양과 함께 축제를 찾았다. 정은씨 모녀는 한국 전통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놀이패 공연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국과 베트남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자녀에게 문화적 이질감보다는 교감을 가르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정은씨는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온 주위 친구들에게도 축제를 알려줄 것이라며 ‘아임에요잉 성북’하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아임에요잉 - 사랑해요, 라는 의미의 베트남어)
‘도성을 거닐다’에 참석한 김성희(42)씨 가족에게도 이번 성북 축제는 남다른 교육교재가 됐다.
미국인 남편과 국제결혼 후 미국에 정착했다는 김씨는 한국 방문 기간동안은 11살, 9살의 아이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는데 관심을 기울인다고 했다.
특히 성곽길 걷기는 그 자체가 문화와 역사 그리고 예술적 경험까지 안기는 훌륭한 교육재료라는 생각에 자주 찾는다고 했다. 김씨는 이번 축제에서 성곽길에 대한 역사해설사의 친절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손영경(종암동, 40)씨 부부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과 함께 찾았다. ‘도성을 거닐다’, ‘간송을 만나다’, ‘심우장의 초대’, ‘성북이 열리다’ 등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을 섭렵하기 위해 따로 주말 일정표를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자녀가 만해의 삶과 간송미술관의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이 모든 것이 인성교육에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지역 축제를 활용한 문화적 체험을 최대한 제공할 작정이라고 했다.
자원봉사로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축제는 또 다른 교과서였다.
이번 축제에 진행보조로 참여한 박민지(중2)양은 성곽의 색과 형태가 왜 다르냐는 관람객의 질문에 흙으로 쌓았던 성곽을 세종 때 돌로 다시 쌓고, 숙종 때 정사각형의 돌로 보수한 것을 일제가 훼손한 사실과 이를 다시 복원하면서 성돌이 다양한 색과 형태를 띠게됐다는 성곽의 내력을 술술 풀어냈다.
주위 친구들의 탄성에 축제 자료를 살펴보다가 자연스럽게 익힌 내용이라며, 처음엔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참여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역사 공부를 하게 됐다고 했다.
지역 축제에 대한 높아진 관심만큼 개선 점도 있었다. ‘심우장의 초대’는 어린이가 관람하기엔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좌석이 불편했고 세 아이와 도성 걷기에 참여한 김현진(돈암동, 42)씨는 유모차에 태우고 온 막내 때문에 계단을 만날 때마다 번번이 주위에 도움을 청해야 했다.
현진씨는 내년에는 유모차를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덜 불편한 코스를 개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축제기간 동안 주민과 함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성북구라는 지역이 보유한 문화자원이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자원"이라면서 "미래 100면을 내다보고 관리, 보존하겠다"고 했다.
또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재조명하는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교육의 활용도를 높이고 개선해 더욱 내실 있는 다음 축제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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