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정부가 재벌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사고를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다.
WSJ 인터넷판은 11일(현지시간) '더 나은 재벌 정책(A Better Chaebol Strategy)'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 재벌과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한국 정부가 자국 시장에서 재벌을 보호하기보다는 자유 무역을 통한 개방으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가족 중심의 소유 구조를 가진 한국 재벌은 저성장과 소득 격차 확대 등으로 분노의 대상이 됐고 역사적으로 정치인 및 공무원들과의 결탁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재벌 기업과 창업주 가족들이 각종 부패 사건에서 가벼운 형량을 받아 특권을 누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재벌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니라고 WSJ는 진단했다.
WSJ는 한국 재벌이 국제 경쟁력을 갖췄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이에 따른 혜택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제품을 해외시장에서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 하고 시장 진입에 대한 규제로 다양한 선택권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WSJ는 이는 재벌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고 국내 시장에서 재벌을 보호한 한국 정부의 산업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과 경쟁하는 현대자동차도 한국 시장에서는 수입차에 대한 터무니 없이 높은 관세와 특이한 한국의 안전 규정으로 보호받고 있다는게 WSJ의 주장이다.
WSJ는 한국 재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대안은 자유 무역이라면서 세계 시장에는 많은 경쟁자가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지난 60년간 한국의 경제 정책은 대형 수출 기업을 더 키우는 것이었지만 이런 전략은 선진 경제에 해롭다면서 정부가 한발 물러서고 시장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파엘 에미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WSJ 아시아판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 정치권이 대선 과정에서 대기업들과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대선 후보 3명이 일자리 창출과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경제 민주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포퓰리즘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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