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재계가 최근 정치권이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언어적 혼란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말을 더이상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반격에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광화문 S타워에서 우파 성향의 학자와 소설가 등을 초청해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라는 제목의 연속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한경연은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유관 기관으로 사실상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날 발제자들은 경제민주화의 이념적 고향인 독일에서의 의미와 진화의 측면에서 본 경제민주화 의미를 살핀 뒤 "더는 경제민주화를 남용하면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의 역사를 고찰한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이념적 고향인 독일에서 조차 오늘날 경제민주화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민 교수는 "독일에서 사용되던 경제민주화는 원래 사회민주주의에 뿌리를 두고, 경제적 삶에서 노동자들에게 공동참여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간단한 제도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가 온갖 의미로 혼동·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는 이에 따라 "오늘날 독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진 이유는 자유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펼쳤기 때문으로 경제자유화에 답이 있다"며 "사회·정치적 혼란을 야기하고 자유와 번영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진화의 측면을 살핀 소설가 복거일씨는 아예 경제민주화를 민주주의 결과의 평등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경제에선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며 "이는 곧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다는 의미로 결국 시장경제는 본질적으로 민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보다 나은 제품과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널리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시장은 진화에 친화적인 기구"라며 "정치영역이건 경제영역이건 민주주의를 결과의 평등으로 이해하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라고 꼬집었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연 최병일 한경연 원장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과 정책들을 내놓고 각 캠프 역시 핵심이슈로 이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선을 불과 70여일 앞둔 시점에서도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가장 모호한 개념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발제에 이어 조동근 명지대 교수, 현진권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소장이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경연의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 연속토론회 2차는 17일 오전 10시 개최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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