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 번 에이타의 일상이 공개된다. 잡지 < BRUTUS > <an'an> 등으로 유명한 잡지사 매거진하우스(Magazine House)가 매년 3월과 9월 에이타를 표지 모델로 남성지 < Hanako for Men >을 펴내고 있다. 여성 라이프 스타일 잡지 < Hanako >의 남매지 격으로 2009년 9월 1호가 나왔다. 화보집이 아님에도 동일한 모델이 매호 커버를 장식하는 건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창간 37년째를 맞은 남성지 < POPEYE >는 지난 5월 대대적으로 리뉴얼을 했다. 창간 당시 모토였던 ‘시티 보이(City Boy)’를 전면에 내세웠고, 리뉴얼 1호의 특집으로 ’시티 보이 ABC‘를 꾸렸다. 도시 속 남자들의 일상을 철저히 파헤친 기획이었다. 이와 같은 최근 일본 남성지의 동향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워낙 별난 잡지가 많기로 유명한 시장이지만 독자 연구, 트렌드 조사를 넘어 에이타를 잡지의 얼굴로 삼은 < Hanako for Men >나 2012년 도시 남자를 내세운 < POPEYE >처럼 잡지의 주인공을 설정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보나 가이드, 그 이상을 요구받는 일본의 잡지
일본 남성 패션지의 전성기는 1970년대였다. 버블 경제와 함께 패션 산업이 성장했고 슈에이샤(集英社)의 < MEN'S NON-NO >와 매거진하우스의 < POPEYE >가 창간해 호시절을 누렸다. 두 잡지는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를 소개하며 독자들을 끌어 모았고 한때 8만부 이상을 찍기도 했다. 이후 남성 패션지는 여성지 못지않게 쏟아져 나왔다. 10대 중고생을 타깃으로 한 < FINE BOYS >, < CHOKi CHOKi > 등이 창간됐고, 스트리트 패션을 테마로 한 < samurai >, < SMART >도 인기를 누렸다. 시부야의 스트리트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 Men's egg >, < MEN'S KNUCKLE > 등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잡지도 등장했다. 그리고 2012년. 패션, 문화, 음식 등 기호와 취미의 구석까지 파고들던 잡지들은 이제 트렌드를 쫓아 책의 기본 방향, 구성을 다잡기 시작했다. < HANAKO for MEN >은 에이타라는 배우를 잡지의 상징적인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일상을 소개하듯 콘텐츠를 구성한다. 1호는 에이타의 주말이 주제였고, 올해 3월 발매된 6호에서는 에이타의 ‘신(新) 습관’이 테마였다. 물론 이 테마들은 잡지가 타깃으로 삼는 20~30대 남성들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다. 패션, 문화, 음식, 여가라는 카테고리는 에이타의 일상이란 품안에서 자연스레 경계를 숨긴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는 “요즘 같은 불경기, 에코를 위한 내식(內食) 시대에 외식 정보나 숍 인포메이션으로 가득한 잡지는 수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남성지에 적용해보면 초식남이 가득한 세상에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기 좋은 코스 따위로 뒤범벅된 잡지는 이제 소구력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 POPEYE >가 리뉴얼 호를 만들며 초점을 맞춘 것은 ‘How To'가 아닌 ’Just Do' 였다. 특정한 문화나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며 즐길 거리를 준다는 것이 잡지의 편집 방향이었다. < HANAKO for MEN > 역시 마찬가지다. 토다카 요시히코 부편집장은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 단 하나의 키워드였다고 말했다. 1호의 프론트 기사 ‘커피로 시작하는 하루’는 꽤 전문적인 커피 관련 지식이 동원된 기사임에도 그저 커피를 내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화보로 시작한다. 인터넷이든 SNS든 정보가 넘치는 지금의 세상에서 잡지의 역할은 정보 그 이상이거나 정보 제공과는 다른 차원의 가이드여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지금 일본 남성지들은 독자나 타깃 대신 주인공 찾기에 매달리고 있다. 잡지를 대표하는 표지 얼굴은 곧 독자와 시대, 그리고 트렌드를 아우르는 가장 큰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는 이제 잡지의 얼굴에서 자신의 일상을 대변해줄 이상적인 모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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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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