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세계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며 4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2007년 말 고점인 1570포인트보다(S&P기준) 낮은 1450포인트지만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향후 장기 상승 추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제부터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재정절벽 문제 때문이다. 재정절벽이란 쉽게 말해 미국 재정난으로 인해 세수와 정부 부채한도를 확대해야 하는 문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정부 예산이 자동 감축되며 2008년 금융위기 때 한시적으로 낮춰준 세금을 올려야 한다. 따라서 스케줄 조정 없이 그대로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5%포인트나 깎아 먹을 수 있다. 참고로 올해 미국 GDP는 2.5% 내외로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예산관리법 수정과 감세안 연장 등이 필요하지만 여당ㆍ야당 간 의견차와 대통령선거로 합의에 진통을 겪을 것이다. 이런 정치적인 이슈는 연말 미국 주식시장을 끌고 내려갈 여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면 S&P 등 신용평가기관들이 합의가 어려울 경우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시킨다고 위협할 것이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재정 리스크를 과대 부각시키는 과정을 반복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정치적인 문제로 주가가 빠질 때가 절호의 매수 찬스라는 것이다. 그 주된 근거는 내년부터 예상되는 경기회복과 장기적인 미국 경기 체력이 매우 튼튼하다는 데 있다.
한 국가의 체력은 인구성장에 따른 소비증가와 원활한 기업활동에 의존한다. 미국의 장기 전망이 좋은 이유는 성장동력인 경제활동인구의 증가 추세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신생아 출산인구는 약 440만명을 웃돌아 과거 베이비붐 세대의 최대치인 4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1990년 이후 이민이 늘면서 미국 내 유입인구가 크게 늘었고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꺼리는 히스패닉이 인구증가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향후 10년간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소비 증가와 주택시장 회복이 기대된다.
이처럼 주택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주택착공은 2008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 재고도 많이 감소해 현재 인구증가를 따라가려면 지금부터 많은 주택건설이 필요해지고 있다. 주택경기 회복은 고용에도 매우 긍정적이다. 건설업종이 전체 산업 중에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8%에서 과거 평균 수준인 5%대로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글로벌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호등으로 치면 미국만 파란불, 중국과 유럽은 아직 빨간불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안정되고 경기가 정상화되면 유럽은 과거 성장률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10년간 최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도 연말 정권교체와 함께 경기 진작에 나설 것이다. 세 대륙의 경기 축이 모두 파란불이 들어올 때를 상상해보자. 그땐 이미 미국 주가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올라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슬슬 본격화될 재정절벽에 대한 이슈는 투자자에게 위기와 기회를 같이 제공해 줄 것이다. 초반엔 시끄럽겠지만 결국 합의가 잘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골드만삭스는 70%의 확률로 재정절벽 문제가 잘 합의될 것으로 보고 있고 GDP 영향도 1.2%포인트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경우 롬니가 될 때보다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11월 초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항상 외생변수는 단기적으로 창궐했지만 기초체력인 경기 펀더멘털을 이기지는 못했다. 결국 이번에 다가올 위기를 미리 공부해 놓고 대비하는 사람은 현명한 투자자가 될 것이다.
김태홍 그로쓰힐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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