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모터쇼에 선 車브랜드 3사, '위기탈출 전략'은

'지금이 미래다'를 주제로 '2012 파리모터쇼'가 오는 14일(현지시간)까지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진행중이다. 이번 모터쇼에는 100여종이 넘는 신차가 출품됐다.

[파리(프랑스)=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철저한 현지화, 투자 확대, 공격적인 신차 출시….

위기에 직면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전략은 가지각색이다. 유럽발 경기침체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지만, 각사 경영진은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모델 출시와 함께 철저한 현지 브랜드화에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 등 해외 시장에서의 견제에 맞서 스스로 몸을 낮췄다. 아우디는 한국 등 신흥시장에 적극적 지원 의지를 표명하며 다가서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부품기업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은 투자와 신차 출시 등 공격적 플랜을 내놓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2012 파리모터쇼 현장에서 현대차, 아우디, GM의 위기극복 전략을 들어봤다.

◆현지 맞춤형 현대차= 현대차는 유럽인들이 유럽에서 만드는 자동차 브랜드다.”

김승탁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2 파리모터쇼'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남유럽에서 출반한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핵심국가 중 한 곳인 프랑스의 내수침체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프랑스 정계를 중심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가파른 성장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일자리 창출 등 현지생산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집중 부각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유럽 현지 전략모델로 3도어 i30 해치백 모델을 출시하며 판매대수 수성에 나섰으나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습이다. 무제한 보증수리 서비스 등을 골자로 하는 5-트리플-케어 프로그램까지 내놨다.

김 본부장은 “현대차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유럽 국가들의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고 전했다.

파리모터쇼에 참석한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도 프레스 컨퍼런스 직전까지 벤츠,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시차량을 꼼꼼히 살피는 등 완성차 시장의 변화를 읽기 위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양 부회장은 벤츠 전시장에 들러 신형 i30와 비슷한 차급의 B200과 A클래스 차량에 대해 묻고 직접 시승하기도 했다.

파리모터쇼에 참석한 현대차 관계자는 “대중차 브랜드인 현대차의 경우 가장 치열한 시장인 C세그먼트(준중형차) 시장에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차급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인 만큼 시장조사의 차원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파리모터쇼에서 i30 3도어와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ix35 Fuel Cell) 양산형 모델, i20 월드랠리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다운사이징과 저탄소 친환경이라는 자동차 시장의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델들이 중심이 됐다.

다운사이징 친환경 차량 공개에 이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미 월드컵과 유럽컵 대회 등을 수년째 후원해오고 있다. 김 본부장은 “i20를 랠리 경주용 차량으로 개조한 i20 월드랠리카로 향후 월드랠리챔피언십(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협력 투자형 아우디= 악셀 스트로벡 아우디 재무담당 총괄 부회장이 영국과 러시아 만큼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표명했다.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 등과의 협력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악셀 스트로벡 부회장은 '2012 파리모터쇼'에서 기자를 만나 “아우디는 영국과 러시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아우디의 주력시장 중 한 곳인 한국에 새로운 모델의 지속적인 출시는 물론 물량을 충분하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우디코리아의 올해 판매 목표 대수는 1만5000대다. 지난 8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1만대에 육박해 목표 대수는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인기차종을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부족해 추가적인 물량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트로벡 부회장은 “한국시장의 인기차급인 중대형차와 대형차에 이미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최근 2000㏄엔진을 탑재한 A6모델을 도입했던 점도 한국시장 지원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우디코리아가 판매하는 차종 중 A6 등이 포함된 중대형차의 경우 본사 아우디가 인정할 정도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중대형차 판매 규모는 글로벌 4위, 플래그십 모델인 A8 역시 글로벌 5위에 올라있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과의 협력가능성도 열어 놨다. 프리미엄 자동차의 성능과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악셀 스트로벡 부회장은 “기술담당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 부품업체 등과의 협력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열린 자세로 한국, 중국의 업체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차 판매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아우디는 A6가 포함된 중대형차에 이어 상위 모델 대형차량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면서 3000만유로를 투자해 단기적으로 친환경 자동차 제조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그는 “2014년까지 유럽지역에 공장을 새로 설립해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갈 계획”이라며 “유럽 공장에 이어 2곳의 중국공장과 멕시코에 추가로 공장을 증설해 연산 아우디 브랜드 내 생산비중을 늘려가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BMW브랜드와의 경쟁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스트로벡 부회장은 “아우디 브랜드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라 당초 2015년 연간 150만대 양산체제 계획이 1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며 “2020년에는 BMW브랜드의 판매 대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투자 확대형 GM= “앞으로 성장할 일만 남았다. 투자 확대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차량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판매하겠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2 파리모터쇼'에서 기자와 만나 “노사 합의라는 큰 산을 넘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호샤 사장은 투자 확대계획에 이어 신차계획까지 이전과 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0년간 매년 1조원 가량을 투자해왔으며 올해는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모터쇼에 함께 참석한 김태완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지금 당장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디자인센터를 지금 규모의 두배로 확장한다는 점을 미뤄 짐작해보면 많은 신차 출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호샤 사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늦게 노사합의를 이뤄내기까지 답답한 심경도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 부임한 이후 6개월 중 4개월을 투자해 임금단체협상에 집중해왔다”고 언급한 후 “임단협 기간 동안 발생한 생산손실을 앞으로 회복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을 향상시켜 한국GM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캐딜락 브랜드의 부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극복해가겠다고 밝혔다. 호샤 사장은 “캐딜락의 영업마케팅부문을 이미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며 “캐딜락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심층 분석해 지속적으로 신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또 “캐딜락 브랜드가 오는 11월 출시할 ATS는 GM코리아의 국내 경쟁력을 배가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한국GM 차원에서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최근 자체적으로 실시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브랜드 론칭 1년 반만에 100%를 달성했다. 지난해 대비 2012년 판매대수도 국내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폭을 기록했다.

안쿠시 오로라 판매AS마케팅부문 부사장은 “경차는 기아차 모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한 준중형 시장에서도 크루즈가 선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소 판매가 부진했던 말리부는 차세대 6단 변속기를 장착한 2013년형 모델을 내놓은 이후 지난 2주간 주문이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판매가 늘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