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었다. 어머니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주말극을 이십대 딸부터 여든에 가까운 할머니까지, 말 그대로 가족 모두가 시청하는 풍경 말이다. 지난 9일 종영한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은 고부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거나 신분 차이 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자식을 끝까지 반대하는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온 가족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긴 건강한 가족드라마였다. 30대 작가의 첫 주말극이라는 점에서는 놀랍지만, 그가 MBC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을 통해 결혼한 여자의 인생을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풀어낸 박지은 작가이기 때문에 전혀 놀랍지 않기도 하다. 자기주장이 뚜렷하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 며느리이자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아내 차윤희(김남주)는 천지애, 황태희에 이어 요즘 30대 여자들의 공감대를 반영한 인물이었다. 차윤희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시댁에 대처하는 자세, 방귀남(유준상)이 30년 만에 처음 보는 동생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모두 ‘노력’이었다. “가족도 인간관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써내려 간 박지은 작가를 만났다.
<#10LOGO#> 이렇게 긴 작품을 집필한 건 처음인데, 시작하기 전 예상했던 것에 비해 어땠나.
박지은: 50부작을 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고 자신도 없어서 몇 번 고사했더니 KBS 관계자 분이 “주말극은 초반 10회만 자리 잡으면 나머지 40회는 그냥 간다”고 말씀하셨다. 긴가민가하면서 시작했다가 14부쯤 썼을 때 내가 단단히 속았구나 생각했다. (웃음) 심지어 보통 주말극은 15~6명이 등장하는데 <넝쿨당>은 고정 출연자만 20명이 넘었다. 드라마가 풍성해보이고 이미 넣은 캐릭터를 빼기도 아까워서 그냥 해보겠다고 했는데, 나중엔 양이 만만치 않더라. 하다못해 장군(곽동연)이도 자기 얘기가 있는 아이인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 말만 받아주거나 밥만 먹고 있을 순 없잖나. 풀어나가기 힘든 인물이 있었다기보다는 양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10LOGO#> 걱정했던 것과 달리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종영했다.
박지은: 주말극의 트렌드를 바꿨다는 기사들이 나왔는데, 난 바꿀 마음도 없었다. 워낙 편성 시간대가 좋으니까 그 시간대에 얹혀서 긴 드라마 한 번 해보는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동안의 주말극을 본보기 삼아, 흉내라기보다는 그만큼은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미운 여주인공으로 어쩔거냐는 걱정을 들었다”
<#10LOGO#> 트렌드를 바꾸겠다는 야심까진 아니더라도 이런 주말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 같은 건 없었나.
박지은: 내가 주말극을 쓴다고 했을 때 한 방송 관계자 분이 “주말극은 다른 드라마랑 붙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봐주는 가장 좋은 시간대니까 시청률 1~2% 더 나오게 하려고 이야기를 쓰기보다 약간의 책임감을 가지고 훨씬 더 재밌고 좋은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넝쿨당>을 쓸 때 가끔 그 말씀이 생각났다. “<넝쿨당> 기다렸다가 보고나면 기분이 좋고 여운이 남는다” 같은 반응을 보면 ‘오늘의 어떤 장면에서 그러셨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대본을 들춰봤다. (웃음)
<#10LOGO#> 주말극은 연령대 높은 시청자들이 주 타깃인데 능력 있는 고아가 이상형이라고 선포하는 차윤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박지은: 처음에 기획안을 보신 관계자 분도 “재미는 있는데 주 시청자가 60대 이상의 여자들이고 그 중엔 시어머니들도 있는데 이렇게 미운 여자 주인공을 데리고 어떻게 50부를 끌고 갈거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차윤희가 이야기의 중심인데 캐릭터가 조금이라도 착해지거나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춰 달라지는 순간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잘 나가던 여자가 망한 남자 만나서 내조를 잘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내조의 여왕>을 쓴 것처럼, <넝쿨당>도 그렇게 시작했다. 이야기의 소재가 재밌어야 쓸 맛이 난다. 물론 나 역시 불안하긴 했지만 밉게 풀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꼭 못된 여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현실적인 이야기고, 김남주를 생각하고 차윤희를 썼기 때문에 그 배우가 밉지 않게 연기할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김남주 씨가 워낙 여우처럼 현명하게 잘하는 스타일이다.
<#10LOGO#> 그럼에도 세 작품을 연속으로 한 배우가 소화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비슷하게 비춰지는 지점이 생기는데, 어떻게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나.
박지은: 아마 나보다 배우가 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보니 내 입장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특히 주인공이 내가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면 편할 거라 생각해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의 이모저모를 끄집어냈다. <내조의 여왕>을 기획했을 때는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고 가상의 인물로 놓고 썼지만, 그 이후 작품을 같이 하면서 발견한 김남주 씨의 인간적인 면모, 김남주 씨가 가지고 있는 성격에서 차윤희와 닮은 점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10LOGO#>초반엔 방귀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여자들의 로망을 채워주는 캐릭터지만 동시에 너무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조율했나.
박지은: 기존 드라마에서 연애하고 싶은 남자는 많았는데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보통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바람을 피우거나 무능한 유부남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게 갖고 있는 힘도 있고 주부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긴 하다. 그래서 방귀남을 통해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그려보고 싶었다. 꼭 판타지를 의도한 건 아니었다. 똑같지는 않지만 그런 남자들이 현실에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자칫하면 병풍처럼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방귀남은 무조건 연기 잘하는 분, 결을 섬세하게 살릴 수 있는 분이 해야 된다고 말씀드렸다.
<#10LOGO#> 결혼하고 싶은 남자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뭐였나.
박지은: 최고는 여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주는 거였다. 모든 걸 다 편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여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 번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 남자. 그게 참 어렵지.
<#10LOGO#> 중반 이후 핵심 소재가 된 고부갈등은 주말극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인데, 고부협정 같은 타협점을 찾는 등 막장 드라마의 요소로 끌고 가지 않는 게 신선했다.
박지은: 드라마 초반에 <10 아시아>에서 쓴 ‘시월드와 며느리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제목의 리뷰를 봤다. 물론 글 쓴 분이 재밌게 표현하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라는 용어를 쓰셨겠지만, 남녀관계 뿐만 아니라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도 ‘밀당’이 존재한다. 적대적인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어디를 함께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처음엔 싸우다가 차차 정이 들고 결국 러브라인이 생기는 게 로맨틱 코미디 공식인데, 이게 다른 인간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부협정도 어디서 들은 얘기가 아니라 그냥 그 타이밍에 차윤희라면 충분히 그런 기획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쓰게 됐다.
“천재용은 도깨비 같은 엉뚱한 느낌의 유아적인 캐릭터”
<#10LOGO#> 천재용-방이숙 러브라인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까지 아우르면서 좀 더 젊은 주말극으로 비춰졌다. 특히 소심하고 보수적인 성격의 천재용은 기존에 봐 온 재벌 2세 캐릭터와 많이 달랐다.
박지은: 약간 도깨비 같은 엉뚱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머리가 좋지도 않고, 얼굴도 꽃미남이 아니고, 부잣집 아들인 걸 티내고 싶은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해 하는 귀엽고 유아적인 캐릭터였다. 천재용 캐스팅을 잘해야 된다는 건 감독님과 합의가 된 상태였다. 감독님이 연출하신 최근 작품을 보고 싶어서 KBS <드라마 스페셜> ‘큐피드 팩토리’를 봤는데, 볼수록 이희준 씨가 정말 귀여웠다. 감독님과 처음 미팅할 때 이희준 씨가 매력적이라는 얘기 정도만 하고, 나중에 캐스팅 얘기를 할 때 이희준 씨가 기존 배우들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신선하니 천재용 역에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좋아하셨다.
<#10LOGO#> 방이숙마저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철벽녀’ 캐릭터라 둘의 로맨스가 더욱 힘을 받았던 것 같다. 차윤희의 시누이 정도로 소비될 수도 있었는데 방이숙을 어떤 느낌의 인물로 만들고 싶었나.
박지은: 이숙이는 설정이 중요했던 캐릭터였다. 드라마에서 가장 큰 사건은 귀남이를 잃어버린 거고 거기서 파생되는 사건이 그 날 이숙이가 태어난 거다. 이숙이는 출생부터 비극적인 짐을 떠안았고 그걸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잃어버린 오빠 대신 아들 역할을 해야 된다, 절대 투덜거리면 안 된다, 내가 미움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니까 자칫 어두워질 수도 있었지만 본래 품성이 워낙 맑아서 그걸 속으로 삭힌다. 그런 아이라면 멋을 부리는 것도 자기가 받은 사랑이 사랑인 줄 아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다 설정에서 비롯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조윤희라는 배우를 재발견했다. 왜 그동안 이런 모습을 몰라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청아하고 맑은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10LOGO#> 작은 엄마(장양실)도 방이숙처럼 귀남이 실종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사는 인물이었지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로서의 슬픔이 동시에 비춰졌기 때문에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였다.
박지은: 분명히 용서받지 못할 나쁜 짓을 한 건 맞지만 쓸 때부터 악역이라고 가정하진 않았다. 사실 제일 불쌍한 인물이다. 사랑도 못 받고. 안 된 마음이 있어서 마지막엔 그 곳에서 벗어나서 홀가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혼자 사는 장면을 넣었다.
<#10LOGO#> 사실 방장군 가족이야말로 판타지가 아니었나 싶다. 달랑 찌개 하나 놓고 밥을 먹을 정도로 가난하면 충분히 갈등이 발생할 법도 한데 서로 아껴주느라 바빴다. 이 집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뭐였나.
박지은: 그 쪽에 판타지를 가장 많이 실었다. 조건으로만 따지면 장군이네가 가장 못 산다. 공부 못하는 아들, 돈 못 버는 아버지, 세상물정에 어두운 어머니까지 불행할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은 가족인데 딱 하나 가지고 있는 게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다. 그걸 가지고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 열쇠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돈은 제일 없는 가정이지만 전체를 아울러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 밥 먹는 신을 쓸 때도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울컥할 정도로 애착이 많았다.
<#10LOGO#> 사랑이 넘치는 장군이네부터 대화가 전혀 없는 장양실(나영희)네까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어떤 가족상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시작했나.
박지은: “효도를 하지 말고 사랑을 해라. 한 명의 희생으로 모두가 편하고 행복하려 하지 말고 다 같이 배려하라”는 내용의 시청소감을 봤는데 공감했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만나면 행복하고 가족이기에 모든 걸 용서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가족도 인간관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부모-자식 관계니까, 남편-아내 관계니까 무조건 양보하고 참아야 되는 건 불합리한 것 같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인생을 함께 고민한 경험이 가장 값지다”
<#10LOGO#> 가족들의 노력이나 배려와는 별개로 결혼한 여자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당사자가 끝까지 혼자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차윤희가 직장동료들에게 ‘육아 품앗이’를 제안하는 장면을 쓸 땐 어떤 생각이었나.
박지은: 그건 해결책도 아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미봉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어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언제 될지 모르니까 아무 도움도 못 받는 상황에서 당사자들끼리 방법을 마련해보는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회는 바뀌지 않았지만 여자들의 마인드는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사, 너무 힘들어하는 여자들의 그나마 긍정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신이었다. 내년부터 정부에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아이에 대한 보육비로 월 22만원을 지원해준다는데, 입주해서 아이 봐주는 사람 월급이 한 달에 16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물론 정부도 없는 예산 쪼개서 애쓰고 있겠지만. 그만큼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드라마라고 해서 갑자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했다.
<#10LOGO#> 고부갈등을 풀어가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회 체육대회 에피소드를 통해 고부갈등 역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라는 것을 암시했는데.
박지은: 답이 없는 문제다. 갑자기 ‘저희는 엄마, 딸 같은 사이예요’로 바뀔 문제가 아니라 고부협정을 맺든 뭘 하든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문제다. 우리가 드라마를 58부까지 써야 되니까 거기서 끊은 거지 극 중 인물들은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 귀남이가 지환이를 입양하는 것도 시놉시스를 쓰는 단계부터 염두에 둔 설정이었다. 나름 큰 이야기라 입양 후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를 더 풀었더라도 특별한 사건 없이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썼을 거다. 그런 여운을 주고 싶었다.
<#10LOGO#> 전작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부부를 묘사할 때 파트너로서의 부부관계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드라마를 쓸 때 부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가.
박지은: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부부들의 가치관에 대해 많이 듣고 많이 관찰하려 애쓴다. 드라마가 현실보다 훨씬 앞서갈 필요는 없지만 반 발자국 정도는 앞서가야 하는데 요즘엔 현실이 훨씬 앞서가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전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냥 내가 본 현실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10LOGO#> 처음으로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맡아 많은 인물들의 삶을 써내려갔는데, 작가로서 얻은 건 뭔가.
박지은: 긴 시간동안 많은 캐릭터들과 호흡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끝났을 때 진짜 대가족과 섞여 살다가 갑자기 헤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약간 허전하다. 미니시리즈를 끝냈을 땐 이런 느낌까진 아니었다. 일단 작업 기간이 길었고, 미니시리즈에서는 시어머니가 나와도 부차적인 인물이었지만 이번에는 할머니부터 장군이까지 한 명 한 명 깊이 개입해서 매주 그 사람들의 인생을 함께 고민했다. 그런 경험이 가장 값지다.
<#10LOGO#> 작가로서, 사람으로서 점점 나이가 들고 글을 써가면서 좀 더 배우고 있는 게 있다면.
박지은: 여러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다. 극 중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몸은 늙는데 마음은 왜 늙지 않는가, 그게 슬프다”는 내용의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걸 쓰면서 ‘내가 저 나이가 돼서 저런 생각이 들면 어떤 마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참 아름답고 좋은데 참 슬프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슬퍼서 슬픈 게 아니라 아름다운 게 많아서 슬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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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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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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