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가능하다면 K리그의 역사를 내 이름으로 써나가고 싶다"
당찬 포부에 걸맞은 무서운 골 폭풍. 데얀(FC서울)이 K리그 29년 역사에서 누구도 밟지 못했던 대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데얀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2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40분과 후반 12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31경기에 출전해 올린 득점은 무려 24점. 리그 득점 단독 선두다. 2위 몰리나(서울·16골), 3위 이동국(전북·15골)과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시즌이 아직 12경기 남았지만,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득점왕은 사실상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데얀은 지난해 K리그 데뷔 5시즌 만에 첫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K리그 역사상 득점왕 2연패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두 차례 차지한 선수로 범위를 넓혀 봐도 이기근(포철), 윤상철(LG), 김도훈(전북-성남) 세 명뿐이다. 만약 데얀이 올 시즌 득점왕에 오른다면 첫 번째 전대미문의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그의 기록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도훈이 2003시즌 기록했던 단일 시즌 최다골 기록(28골) 경신을 눈 앞에 뒀다. 데얀은 24일 현재 경기당 0.77골을 쏘아 올린다. 잔여 경기에 모두 출전한다고 가정할 때 산술적으로 9.24골을 넣을 수 있다. 컨디션이나 경고 누적 등에 의한 결장 변수 등을 고려해도 6~8골은 충분히 넣는다는 계산이다.
한 시즌 최다골 기록 경신은 물론, 사상 첫 한 시즌 30골 기록도 가능한 상황. 공교롭게도 2003시즌과 올 시즌은 팀당 전체 경기 수가 같다. 김도훈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치르는 셈이다.
데얀은 K리그 태동 이후 첫 경기당 0.80득점대의 기록에도 도전한다. 앞으로 전 경기에서 35골을 넣어야 넘을 수 있는 벽. 쉽지 않은 수치지만, 최근 11경기에서 12골을 몰아치고 있는 기세라면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데얀은 기록 경신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시즌 문턱에서 놓친 대기록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는 지난해 최종전 직전까지 경기당 0.82골을 기록 중이었으나, 경남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0.79에 그친 바 있다.
데얀은 "지난해 내심 경기당 0.80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강했었다"라며 아쉬워하면서도 "기록 달성의 기회는 이번에도 있다"며 축구화 끈을 바짝 맸다. 역사상 최고의 외인 공격수로 꼽히는 데얀. 그가 '말하는 대로' K리그의 새 역사를 써나갈지 궁금해진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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