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데얀(FC서울)이 가는 길에는 K리그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다. 골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운다. 가공할 결정력, 탁월한 기술, 골문 앞에서 냉정을 잃지 않는 자세 등으로 K리그 역대 최고의 골잡이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기록 파괴자’라는 별명은 덤이다.
데얀은 지난 5월 28일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전반 36분 PK 결승골을 뽑아냈다. K리그 역대 최단 경기 100골 기록이었다. 2007년 K리그 데뷔 이후 6시즌, 173경기 만에 통산 100호 골을 넣었다. 종전 김도훈(당시 성남)이 보유했던 220경기를 가뿐히 넘어섰다. 경기당 득점수로 환산하면 0.58골에 해당하는 엄청난 페이스. 역대 K리그에서 데뷔 뒤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은 선수는 데얀이 유일하다.
페널티킥이었지만 득점으로 연결된 과정은 꽤 비범했다. 공을 차는 순간 상대 골키퍼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데얀의 발을 떠난 공은 유려한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골문 가운데로 빨려 들어갔다. 유로 2012에서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와 세르히오 라모스(스페인)가 선보인 일명 ‘파넨카 킥’이었다. 데얀은 그보다 한 달여 앞서 같은 기술로 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최고의 골잡이다운 면모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두 달여 뒤 데얀은 또 다른 기록을 작성했다. 7월 21일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에서 팀의 6-0 대승을 완성하는 쐐기골을 뽑아냈다. 이날 득점으로 그는 샤샤(수원-성남·은퇴)의 외국인 통산 최다 골(104골)과 동률을 이뤘다. 고지에 도달한 기간은 훨씬 더 짧았다. 샤샤는 267경기가 걸렸지만 데얀은 180경기였다. 올 시즌은 아직 22경기나 남았다. 신기록 달성은 시간문제다.
전인미답을 향한 데얀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가장 근접한 목표는 사상 최초의 득점왕 2연패다. K리그 29년 역사에 단 한 명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데얀은 지난 시즌 24골로 데뷔 후 첫 득점왕에 올랐다. 강력한 대항마인 이동국(전북·12골)과의 치열한 경쟁이 변수지만 21경기를 치른 22일 현재 13골(경기당 0.62골)로 리그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린다.
구단 통산 최다골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1990년대 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윤상철(은퇴)은 300경기에서 101골을 기록했다. 데얀은 2008년부터 서울 유니폼을 입고 지금까지 85차례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은 딱 절반(22경기)이 지났다. 빠르면 올 시즌 말, 늦어도 다음 시즌 초 서울 구단 역사에 새롭게 이름을 새길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사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도전은 따로 있다. K리그 최다골이다. 다른 목표들과 달리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주인공은 이동국으로 127골이다. 기록의 보유자는 3~4년은 더 뛸 현역인데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린다. 기록이 150골까지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당장 데얀이 따라잡기에는 역부족해 보이는 수치. 하지만 그는 이동국보다 2살이 더 어리다. 비슷한 나이에 은퇴할 경우 데얀에겐 두 번의 시즌이 더 주어질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득점력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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