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K리그 모든 팬들이 바라는 설정 아닌가. 비슷한 상승세끼리 만나야 흥행도 된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8월 18일에 내 심정이 어떻겠는가?”(웃음)
너스레 뒤로 승부사 기질이 꿈틀거렸다. '라이벌전 수모'를 제대로 갚아줄 진검 대결을 기대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19일 구리 GS챔피언스리그 파크에서 열린 프레스 데이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서울은 올 시즌 수원과 이미 두 차례 맞붙었다. 4월 1일 정규리그 5라운드 원정경기와 6월 20일 FA컵 16강전 홈경기. 결과는 모두 0-2 완패였다. 지난 해부터 최근 맞대결 5연패. ‘라이벌전’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특히 FA컵 16강전 패배는 아픈 생채기를 남겼다. 경기 종료 뒤 서울 서포터스가 구단 버스 앞을 가로막고 수원전 연패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쓰라림은 더했다. 8월 18일에 있을 정규리그 28라운드이자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을 벼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한 시간가량 버스에 갇혀 있었다. 명문팀으로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팬들에게 돌려주지 못했으니, 그런 질타를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가기 싫은 듯, "솔직히 난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라며 한숨 섞인 농담을 던졌다. 곧이어 눈이 번뜩였다. "피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경험 역시 지도자로선 큰 자산"이라 했다. 이번에야말로 라이벌전 수모를 되갚아주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수원이 요즘 내리막길에 내몰렸다. 최근 3경기 전패에 무득점 11실점이다. 공격은 삐걱대고 수비는 무너지니 사기까지 곤두박질쳤다. 자칫 부진의 장기화마저 우려된다.
최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올라올 팀은 올라온다'는 것. 그는 "수원이 3연패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전북도 시즌 초 얼마나 어려웠나. 또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런 위기는 다 한 번 씩 온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수원은 좋은 선수로 구성된 데다 저력 있는 팀이다. 오히려 이 위기를 발판 삼아 올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 다음이다. 그의 말대로 수원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린다면? 정점을 찍을 때쯤 슈퍼매치를 치른다. 5연패의 수모를 되갚아줘야 할 서울로선 탐탁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최 감독은 그 반대라 얘기한다. 수원이 최상의 전력을 회복했을 때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 그래야 복수의 짜릿함도 배가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K리그 모든 팬들이 바라는 설정이다. 두 팀 모두 선두권에서 비슷하게 가다 만나야 흥행도 더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가 그날 심정이 어떻겠는가?"라며 웃었다. 농담 뒤로 설욕전을 향한 결의와 긴장이 스쳐지나갔다.
이를 위해 서울도 박차를 가할 때다. 최근 6경기 2승 2무 2패. 썩 좋지 않다. 지난 주말엔 하위권 인천 유나이티드에 뼈아픈 2-3 역전패까지 당했다. 주전들의 부상과 결장이 반복된 탓이라지만, 시즌 초 6연승 때 비하면 분명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선두 전북과의 격차도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된다. 21일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가져와야 할 이유다. 최 감독도 "평소 두 배의 투지로 임하겠다. 홈에서 부산을 상대로 승률이 좋았던 점을 이어갈 것"이라고 승리의 각오를 다졌다.
[사진=FC 서울 제공]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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