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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 포위된 인천공항, 영종이 '마카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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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6.4㎞, 13.6㎞, 2.8㎞, 4.7㎞, 5㎞. 5개의 숫자가 있다. 각각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나타낸다. 무슨 거리일까.


해답은 '카지노'에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자리한 영종도에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검토되고 있는 카지노들의 직선 거리다. 평균 6.5㎞ 당 하나씩이다.

올해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10년째를 맞은 영종도 개발의 키워드는 단연 카지노다. 최근엔 일본 최대 빠찡꼬 그룹인 '마루한'의 한창우 회장이 영종에 가칭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구상을 발표하면서 영종도가 또 한 번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에 제출된 사업계획서엔 카지노가 포함돼있진 않다. 하지만 사업을 주도하는 쪽이 빠찡꼬 그룹이고 투자규모가 1조원 대에 이른다는 점에서 결국 카지노가 들어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종도의 카지노 단지는 모두 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 2020년, 카지노에 '포위된' 인천공항 = 현재 가장 진척이 빠른 곳은 영종 하늘도시 투자유치 유보지역에서 추진 중인 복합 관광ㆍ레저단지다. 일본의 '빠찡꼬 황제' 오카다 가즈오의 오카다홀딩스와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사가 공동으로 2018년까지 4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카지노를 비롯해 3000실 규모 초대형 호텔, 테마파크, 쇼핑몰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곳에서 6.4㎞ 떨어진 운북동 관광ㆍ레저단지 '미단시티'에선 미국 카지노 그룹 시저스가 라스베이거스 식 카지노 개발을 진행 중이다. 1조원 가량을 투자해 2017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동남쪽으로 13.6㎞ 떨어진 인천공항 국제업무 2단지에서는 오카다홀딩스가 2조원 규모 카지노 단지를 개발한다. 오카다홀딩스는 현재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여기서 2.8㎞를 더 가면 용유ㆍ무의 관광단지다. 영국의 SDC 그룹이 지난 6월 인천시와 1조원 규모의 카지노 복합단지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북동쪽으로 4.7㎞를 올라가면 나오는 공항 국제업무 1단지에선 파라다이스 그룹과 일본 자본 세가사미홀딩스가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총 6600억원을 들여 카지노를 포함한 관광단지를 개발한다. 현재 1단지 내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운영 중인 카지노가 2배 이상 규모를 키워 관광단지 안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이 대부분 완성되는 2020년 전후가 되면 인천공항은 사실상 카지노 단지로 둘러 싸이게 된다.


▲ 영종은 어떻게 '카지노 왕국'이 됐나 = 영종이 '카지노 왕국'이나 다름없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제각각인 개발 주체다. 용유ㆍ무의 관광단지와 미단시티, 하늘도시 복합ㆍ레저단지는 인천시가, 공항 국제업무 1ㆍ2단지는 인천공항공사가 시행자다. 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부지는 국토부 소유로 돼있다.


당초 영종도 전체가 하나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개별사업들의 중복을 막고 전체적인 개발방향을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


일본 오카다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하늘도시 카지노 개발을 위해 인천시와 협약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공항공사 관할 국제업무지역 2단지에서도 사업계획서를 냈다. 인천시는 당시 이 회사가 국제업무지역 카지노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는 '우후죽순' 식 카지노 설립에 '멍석'을 깔았다. 2007년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 근거를 마련한 뒤 최근엔 설립규제마저 대폭 완화했다.


이른바 '사전심사제'라 불리는 새 제도는 카지노 단지 개발을 위한 최소 투자규모를 3억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증빙서류도 4가지에서 2가지로 줄여줬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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