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피에타' 조민수, "나는 늘 거기에 있었다"

시계아이콘02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영광의 순간' 누린 26년 관록의 여배우, 조민수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친숙함 속에서 돌출하는 의외성은 낯선 조우보다 매력적이다. '피에타'의 조민수가 그랬다. 데뷔 26년차로 불혹을 넘긴 여배우, 드라마의 '엄마'가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돌파해보인 조민수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조민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잊혀진 것도 아니고 (연기를)안 한 것도 아니다. 난 늘 거기 있었다." 2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민수는 미래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난 계속 지금처럼 할 거다. '피에타'도 좋아서 선택했을 뿐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었다. 앞으로 내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을 뿐이다." '무엇을 하든 장인이 될 만한 시간'을 보내 온 조민수의 관록은 예상보다 단단했다.

'피에타' 조민수, "나는 늘 거기에 있었다"
AD


'피에타'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가능성의 모색이었다. "내가 하는 연기가 재미없고 같은 걸 반복해야 하는 나이대다. 내가 갖고 있는 걸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내 안에는 다른 것도 있는데." 처음에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출연을 거절했다. 불편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었다. 사람도 불편할 것 같았다. 우선은 가부 결정을 떠나 현장에서 김 감독을 먼저 만나보겠다고 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맑게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대본 속 불편한 부분은 표현을 못 하겠다고 말씀드리자 흔쾌히 맞춰주고 대본을 수정해주시더라."

마침 촬영중이던 드라마와 '피에타'의 초반 촬영이 겹쳤다. 그래도 출연을 결정했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몸에 익은 연기였다. 그렇지만 '피에타'에서의 역은 전혀 다른 캐릭터에 다른 색깔이어서 욕심이 났다. 촬영 현장에만 가면 신이 났다. 늦게 찍어도 에너지가 넘쳤다."


그러나 만만한 과정은 아니었다.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는 영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해가기 위한 '무언의 혈투'가 벌어졌다. "김 감독은 연기자를 기다려주는 타입이 아니다. 현장은 무조건 원테이크다. 두세번 요구해서 안 되면 딱 접어버린다. 호흡이 너무 빨라서 연기자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바짝 정신 안 차리면 내 것 다 놓치겠다 싶었다. 그 분은 그 분 작품일지 몰라도 내겐 내 작품이니까."

캐릭터에 대한 접근도 조민수는 본인의 시각을 고수했다. "난 '피에타'를 모성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대본에도 '엄마'로 돼 있었지만 내 머리 속에서는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는 상대에게 가장 접근하기 좋고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명사이기에 사용했을 뿐, 나는 (내 역할을)여자로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긴장은 한편으론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한꺼번에 에너지를 쏟아내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배우로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던 베니스에서의 영광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조민수는 "여우주연상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장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상에 있던 심사위원 중 영국 배우 사만다 모튼이 날 붙잡는데 그 눈빛을 알겠더라. 다른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의 눈빛도...난 그 무대에서 상을 받은 거다." 사만다 모튼은 조민수의 연기를 두고 "내 인생을 바꿔놓은 감동적인 연기"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26년간 배우로 살아온 삶에 기복도 있었다. 그만큼 '거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코카콜라 나왔다가 펩시콜라 나오면 갑자기 펩시콜라로 확 몰린다. 부정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거품이란 걸 잘 안다." 차기작도 좋은 작품을 만날 때까지 천천히 갈 계획이다. "김 감독이 차기작 같이 하자길래 대본도 안 본다고 했다. 지금은 날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조민수는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과 쏟아진 격찬을 '살면서 너무 큰 추억거리 중 하나'로 불렀다. 그 이상은 아니었다. "내 상품가치가 좀 올라왔구나. 내 또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선착순이 빨리 오겠지, 이런 생각 정도다."


어쨌든 '피에타'는 처음 바람대로 가능성의 문을 열여줬다. 지금껏 영화로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고참 여배우로 김해숙, 조여정 등의 재발견이 이어졌다. 이제 조민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17년만의 영화 출연작에 이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조민수는 경험 속에서 답을 찾았다. '욕망의 문' 등의 드라마를 같이 했던 작가 김기팔이 첫번째였다. "내가 화장품 모델로 광고에 출연하던 신인일 때 김기팔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카메라 쳐다보면서 예쁜 척 하지 말라고. 그건 정답이었다."


2004년 세상을 뜬 배우 김순철에게서는 배우로서의 '기본 자세'를 배웠다. "김순철 선생님은 현장에 들어갈 때 대본을 갖고 오시는 법이 없었다. 어렸을 땐 그게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 공간 안에 대본을 어떻게 갖고 들어오냐며 그게 기본이라고 하시더라." 최근 드라마 '추적자'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인 배우 박근형은 조민수가 꼽는 이상적인 선배다. "그 분의 눈빛과 연기로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감정이 나왔다. 배우는 정말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나중에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로 남고 싶다고 생각한다."


너무 늦게 찾아 온 '전성기'일까. 조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잔잔한 바다는 훌륭한 뱃사공을 만들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배우로도, 현실을 살아가는 나로서도 지금껏 순탄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런 시간이 쌓여 '피에타'의 연기가 나왔다." 조민수는 "조금 더 어렸을 때였다면 흉내만 내다 끝났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점에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